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은…이번주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결과

입력 2025-03-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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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재판부 “늦어도 7일” 결론 가닥
법적 쟁점 두고 해석 분분…결과 예단 어려워
MBK 경영능력 시험대 오른 ‘홈플러스 사태’ 변수 되나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을 가를 법원의 임시주주총회 효력 정지 가처분 결과가 이번 주 중 나올 예정이다. 앞서 열린 심문 기일에선 늦어도 7일까지 결론을 짓기로 한 만큼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승리로 끝난 임시주총 결과가 무효로 돌아간다. 기각 시에는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게 되지만,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본안 소송에 나설 경우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이후 영풍 측이 제기한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과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들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심문을 지난달 종결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주총 일정을 고려해 7일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영풍·MBK 측은 정기주총에서 임시 의장 선임과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해 달라는 가처분도 냈다.

양측은 가처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이자 임시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던 상법상 ‘상호주 제한’ 규정의 해석 범위와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회사 성격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가처분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법원이 영풍·MBK 손을 들어주면(가처분 인용) 임시주총 효력이 사라지면서 경영권 분쟁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달 말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양측의 표 대결이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전날 SMC를 통해 영풍 지분 10.33%를 취득, 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 25.42%를 제한했다.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른 것이다.

영풍의 의결권이 다시 살아나면 영풍·MBK 연합이 유리해진다. 영풍·MBK 측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 46.7%로 최 회장 측(약 39%)보다 소폭 앞선다. 정기주총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이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최 회장이 승기를 굳히게 된다. 향후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이 묶일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영풍·MBK가 본안 소송에 나서며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분쟁이 길어질수록 이사회 다수를 확보한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할 여유가 생긴다.

최근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5년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MBK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간 영풍·MBK 측은 최 회장의 경영 능력에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영풍·MBK 측이 신청한 고려아연 관련 가처분 신청은 모두 같은 재판부가 담당하고 있는데, 2번은 고려아연에 유리하게, 1번은 영풍·MBK에 유리한 결과를 냈다”며 “이번 심문에서는 이례적으로 양측에 여러 질문을 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퇴직 임원 모임 ‘고수회’는 입장문을 내고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수회는 MBK 측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를 포함해 경영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인수 기업들의 경쟁력 회복과 상처받은 임직원들을 위로하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며 “영풍 역시 악화일로를 걷는 본업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기본과 상식의 자세를 갖추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영풍은 “영풍의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설립된 것이 고려아연”이라며 “MBK와 손잡은 것이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기 위한 주주의 정당한 경영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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