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급등·고환율 영향”
농심 “경영 여건 악화 전 긴급 결정”

농심이 자사 대표제품인 신라면을 비롯한 라면과 스낵 73종에 대한 가격 인상에 나섰다. 2023년 7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속 제품 가격을 내린 뒤 1년 9개월 만의 가격 상향이다. 당시 함께 가격을 내렸던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 등 다른 식품업체들도 가격 인상 움직임에 동참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17일부터 56개 라면과 17개 스낵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인상 품목은 라면 31개 브랜드 가운데 14개, 스낵은 25개 중 3개 브랜드다. 인상 폭(출고가 기준)은 신라면 5.3%, 너구리 4.4%, 안성탕면 5.4%, 짜파게티 8.3%, 새우깡 6.7%, 쫄병스낵 8.5% 등이다. 이번 가격 인상에 따라 농심의 대표제품 신라면은 기존 950원에서 1000원으로 값이 오르고 새우깡 역시 1400원에서 1500원으로 가격이 상향된다.
농심은 가장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22년 9월로, 당시 라면과 스낵 제품을 평균 11.3% 인상한 바 있다. 이듬해 6월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업계를 겨냥해 “국제 밀 가격이 내려간 만큼 라면 가격을 내려야 하지 않겠냐”고 압박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원료 가격이 내렸는데, 제품 가격이 높은 건 담합 가능성”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압박에 따라 농심을 비롯한 주요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낮췄다. 농심 역시 신라면과 새우깡을 각각 4.5%, 6.9% 내렸고 삼양식품과 팔도, 오뚜기도 라면류 제품 출고가를 하향 조정했다.
농심은 이번 가격 인상 결정에 대해 원재료 가격 급등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원가 압박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농심은 이번 가격 인상 요인으로 라면 원가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팜유와 전분류, 스프 원료 등 구매비용 증가와 원·달러 환율 오름세에 따른 제반 비용 상승을 꼽았다. 원·달러는 계엄 사태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로 원화 가치가 낮아져 1400원 중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환율 상승은 원재료 수입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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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인상 압박을 견뎌 왔지만, 원재료비와 환율이 오름에 따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경영 여건이 더 악화하기 전에 시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최근 계엄 사태 이후 현 정부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정부 상태로 돌입하면서 식품업계가 너도나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앞서 빙그레와 롯데웰푸드, SPC그룹 등이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번 농심이 가격 인상 움직임에 기름을 부으면서 식품업계 전반으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타 식품업체들은 일단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가격 인상 카드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