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위반 제재받은 후 확대
빗썸 내달 적용, 코인원은 검토
"수수료 부담 가상자산 거래 위축
업무 가중·행정력 낭비"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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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100만 원 미만 가상자산 입출금에 대해서도 '트래블룰(고객정보 확인원칙)'을 확대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미인가 거래소와의 자산 거래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가상자산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100만 원 미만의 가상자산 이전에 대해서도 트래블룰을 확대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트래블룰은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자금세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으로, 국내에선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2022년 3월부터 의무화된 제도다. 트래블룰에 따르면 1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수취자의 성명과 가상자산 주소를 확인해야 하고, 고객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자금 이동이 제한된다.
트래블룰 확대 적용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두나무(업비트)의 특금법 위반에 대한 제재가 가시화한 뒤 늘었다. 앞서 FIU는 지난달 25일 두나무에 대해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9개 사와 총 4만4948건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한 이유 등으로 3개월 간 신규 이용자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는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당초 국내 원화거래소 중 초기부터 100만 원 미만 거래에도 트래블룰을 적용해 온 고팍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거래소는 FATF 권고대로 100만 원 이상의 거래에만 고객 정보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업비트가 100만 원 미만 거래에까지 확대 적용을 시작했고, 빗썸도 다음 달 1일부터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코인마켓인 인엑스(INEX) 역시 전날 트래블룰 확대 적용 결정을 알리기도 했다.
남은 원화거래소 코인원과 코빗 역시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조만간 국내 모든 가상자산 원화거래소에서 100만 원 미만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트래블룰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당초 이 같은 상황은 업계가 향후 미인가 거래소와의 거래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돼왔다. 업비트가 지적받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4만5000여 건이 대부분 100만 원 미만 거래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국의 압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역시 “거래소의 업무 과중되고, 행정력도 낭비되는 조치”라면서 “당초 트래블룰의 목적이 고액 자금에 대한 세탁 방지가 목적인데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리테일에서 이런 규제가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애초에 트래블룰이 100만 원 이상의 송금에 대해서만 고객 정보 확인에 대한 의무가 있었는데, 당국이 이제 와서 기존 거래를 문제 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당국이 ‘우리는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다’를 보여주는 정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로의 자금 유출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물 거래 등 가상자산 파생상품을 이용하기 위함인데, 이전부터 고객 정보가 확인된 메타마스크 등 가상자산 지갑을 활용하면 비교적 자유롭게 해외로 가상자산 이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미 투자자들은 개인 지갑으로 자금 이전을 해왔는데, 소액까지 개인 지갑을 사용해야 하면 네트워크 환경에 따른 투자자 수수료 부담만 커질 수 있다”면서 “이 정도까지 자산 이동을 막는 이유가 결국 국내 시장에서 현물 거래만 하라는 것이라면, 국경이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