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렸던 아반떼 HEV, 5개월로 단축
일부 모델 재고 쌓이며 할인 판매에 들어가
아이오닉 5ㆍ코나 EV 일시 생산 중단하기도

국내 자동차 시장 침체가 심화하면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 특히 한때 높은 인기로 인해 출고까지 1년가량 기다려야 했던 하이브리드차 모델들도 대기 기간이 크게 단축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9일 현대자동차가 이달 초 영업 일선에 배포한 3월 차종별 납기 일정에 따르면 주요 차종의 납기 기간이 지난해 3월과 비교해 최대 7개월가량 앞당겨졌다. 대다수의 가솔린과 전기차 모델이 즉시 출고가 가능하고, 하이브리드차도 일부 모델은 즉시 출고할 수 있는 상태다. 즉시 출고는 1~2주 이내에 신차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쏘나타와 그랜저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등 전 모델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지난해 3월 주문하면 출고까지 7개월가량 대기해야 했으나 현재는 즉시 출고로 바뀌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도 같은 기간 1년 이상 걸렸던 출고 대기가 이달 내 계약하면 5개월 후엔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인기가 높아 7개월가량을 기다려야 했던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1~2주 이내로 받을 수 있다. 현대차 영업 일선에 있는 한 관계자는 “납기 일정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며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정말 인기가 많아서 한때는 8개월까지도 걸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2주 내에 출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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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10개월)와 쏘렌토 하이브리드(7개월) 등 일부 인기 모델은 여전히 대기 기간이 길다. 하지만 다수 모델에서는 재고가 쌓이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쏘나타, 그랜저, 투싼, 싼타페 등은 생산 월 조건을 붙여 일정 시점 이전 생산된 물량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납기 일정이 줄어든 건 기다리는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내수 시장의 침체와 연관이 깊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수요 둔화로 인해 판매 물량이 줄면서 차량 출고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6.5% 감소한 163만5000여 대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전기차 수요 둔화 양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 9(2개월)를 제외하고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코나 EV 등 대다수의 전기차 모델이 재고 누적으로 생산 월 조건 할인 방식으로 재고 소진을 유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 둔화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아이오닉 5와 코나 EV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고금리와 높은 가계 부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당분간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판매 부진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 기간이 줄어든 것에는 해외 생산 확대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와 생산 효율성 증대 등 여러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엔 수요 둔화가 가장 큰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브리드차까지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는 건 내수 시장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