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년물 금리, 35년 만에 최대폭 상승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 장기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30%포인트(p) 오른 2.80%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0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일 상승폭 기준으로는 독일 통일 준비가 한창이던 1990년 3월 이후 최대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독일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는 이야기다.
독일 국채뿐만 아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도 0.29%p 뛴 3.92%를 기록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도 0.15%p 뛰었다. 프랑스 국채 금리도 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재무장 계획에 독일과 EU가 ‘재정준칙’ 완화 방침을 시사하자 재정 악화 우려로 국채시장에 매도세가 유입된 것이다.
지난달 독일 총선거에서 제1당에 오른 야당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여당인 사회민주당은 전날 국방비 조달을 위해 연간 신규 국채 발행을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하로 제한한 ‘부채제동장치’를 완화해 1%가 넘는 것을 허용하도록 기본법(헌법)의 부채한도 규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기본법 규정을 개정하려면 의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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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유럽에서도 가장 재정 규율을 중시해 왔던 나라다. 1920년대 초인플레이션으로 발생한 경제적 혼란을 틈타 나치가 등장했던 경험 탓이었다. 이 때문에 재정적자 확대를 용인하는 양당 합의는 극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EU는 방위비 증액을 위해 재정준칙 적용을 유예하는 등 방법으로 최소 8000억 유로(약 1250조 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럽 재무장 계획’을 27개 회원국 정상에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크다. 영국 리서치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26년 독일 재정적자가 GDP 대비 최대 4.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급등으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