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6일 인공지능(AI) 첨단 전략산업에 투자할 50조 원 규모의 ‘국민 참여형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가 ‘한국판 엔비디아(K엔비디아)’ 구상과 관련해 전날 국부펀드 언급을 하더니 하루도 안 돼 당 차원에서 ‘초대형 국부펀드 조성’ 카드를 내밀고 나선 것이다. 당 일각에선 수백조 원대 규모의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번 발화점은 2일 유튜브 대담이다. 이 대표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 생겨서 70%는 민간,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며 AI 투자로 발생하는 생산성 일부를 국민이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특유의 ‘기본소득’ 공약에 AI를 덧칠한 격이어서 “사회주의적 발상”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의 펀드 조성이 국가대계로 고안된 진지한 계획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긴급 처방인 것만은 분명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부 펀드 설치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고, 주요국도 다양한 펀드를 조성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물론 반대편에선 비판이 쏟아진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펀드의 대전제로 “기업 성공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인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쏴붙였다.
이 대표의 K엔비디아 구상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국책 사업에 국부 펀드가 공동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사례는 대만의 TSMC 등 손꼽을 정도로 희소하다. 또 주요국이 운영하는 국부펀드 대부분 수익을 다시 국부펀드에 재투자하거나, 다른 첨단기술 투자나 산업 육성에 재투자하는 방식이어서 국민 참여형 펀드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과 관여는 혁신에 보약 아닌 독약으로 작용하기 쉽다는 역사적 경험칙을 어찌 넘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 원내대표의 지적 또한 그냥 넘길 수 없는 현실적 난관이다. 펀드 실패는 과연 누가 어찌 책임지나. 국민 혈세로 막나.
비판적·회의적 시선은 민주당 내부에도 있다. 워낙 비현실적 제안이어서일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밥도 하기 전인데 숟가락 가지고 덤벼드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지사는 “기업의 지분 30%를 국민에게 나눠주는 식으로 한다면 그 기업의 CEO 등이 어떻게 죽을 각오로 기업을 운영하겠으며,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는가. 시장과 기업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가장 어이없는 것은 민주당의 이율배반 행태다. 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에 반대해 AI·반도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반시장·반기업 입법 공세도 남발한다. 상법 개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런 정당이 뜬구름 같은 ‘K엔비디아’를 말하고, 그 성공과 성취를 꿈꾸고, 이익 배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얼굴이 대체 몇 개인가. 김칫국을 너무 진하게 마시는 것 아닌가. 주 52시간 문제도 못 풀면서 뜬구름만 잡는 정치권에 절망하는 5000만 국민이 보이지도 않는지 궁금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