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선관위는 군림하는 곳 아니다

입력 2025-03-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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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부실관리·가족 채용 공정성 무너져
민주주의 기초 흔드는 중대한 사태
투명한 감사 통해 신뢰회복 나서야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적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 친인척 채용, 입법부의 지나친 간섭 등 여러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켰다. 선거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을 보장하는 선관위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부실 관리와 그로 인한 부정적 여파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관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난 여러 사안은 선관위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소쿠리 투표지 관리, 선거 결과 집계의 부정확성, 유권자 명부 관리의 미비, 특히 선관위 서버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의 부족은 음모론을 키워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 선관위 서버에 대한 검증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야 관계자 및 정보기술(IT) 전문가 입회하에서 서버를 검증한다면 음모론은 더 이상은 확산될 리가 없다. 미온적인 대처가 발 없는 말이 되어 선관위의 신뢰성을 힘들고 있다. 이러한 음로론의 확산은 선관위가 스스로가 자초한 면이 있다.

또한, 선관위에서 발생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친인척 채용이다. 선거 관련 업무를 맡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척을 채용하거나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는 사례가 여럿 보도되었으며,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친인척 채용 문제는 공정한 선거 관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채용비리는 선관위 직원들의 특정 정치적 편향에 관계없이 선거관리의 공정심을 의심받게 한다. 특히 이들이 선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결정을 내릴 경우 선관위의 신뢰는 사상누각처럼 허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을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 최근 보도된 878건의 가족채용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에도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에서 진 쪽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승자독식현상을 가져오는 소선거구제에서는 한 점의 오점도 불식시켜야 한다. 선관위는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자세로 선거 사무를 관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입법부를 통한 사법부를 장악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모습은 국가 기관의 상호 견제 기능을 상실하게 하고 이는 사법부의 신뢰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현 시스템에서는 대부분의 사법부 판사들이 선관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더욱 오해받을 행동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패자의 깨끗한 승복을 이끌어내는 것은 국민화합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 결과 집계 및 유권자 명부 관리 시스템을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게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최신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친인척 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직원 채용 과정에서 친인척 관계에 대한 사전 확인과 이를 공개하는 절차를 의무화하고, 채용 후에도 일정 기간 외부의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이나 부실한 관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내부 감사와 평가를 진행하고, 선거 결과에 대한 외부 감사 및 시민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와 친인척 채용 문제는 단순히 행정적인 실수나 일탈을 넘어,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투표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기초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기술적 보완, 친인척 채용 금지, 투명한 감사 시스템, 그리고 전반적인 선거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선거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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