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채기 남은 경영권분쟁…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만 1.8조 [뉴노멀 경영권 분쟁上]

입력 2025-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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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0 18:26)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당기순익 전년보다 60% 줄어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 하향
15년 만에 회사채 발행도 나서

고려아연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 간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이 어느새 6개월째에 이르렀다. 갈수록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는 사태는 서로 치고받는 소송전의 판결에 따라 장기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영권 및 주주 간 분쟁은 재계의 ‘뉴 노멀’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일비재해졌다. 경영권 분쟁은 승자에 관계없이 기업 자체에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분쟁에 몰입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낭비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놓치는 사례도 생겨났다. 문제는 향후 이같은 다툼이 더욱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추진한 상법개정안과 3월 재계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집중투표제 영향이다.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타깃이 되거나 소액주주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한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과거에 발생한 경영권 분쟁 사례를 통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해법을 짚어본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한 수싸움과 지루한 법적 공방으로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밀리면 죽을 수 있다’는 배수진 전략을 앞세운 탓에 예측불허의 혼전 양상이다. 지난주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경영권 다툼은 또 다시 새 국면을 맞았다. 양측은 이달 말로 예상되는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과 수성을 놓고 다시 한번 맞붙게 됐다. 장기전으로 치닫는 분쟁에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는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은 지난해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로 발행한 주식의 9.85%를 1조8156억 원에 사들였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발행주식의 총 11.26%(233만1302주)가 공개매수에 응했다.

MBK의 공개매수에 대항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 외에 공시한 일반적인 자사주 취득건 까지 합하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사주를 취득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2조1249억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삼성전자(1조9925억 원), 메리츠금융지주(8624억 원) 등을 앞서는 규모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4조3156억 원이었다.

경영권 분쟁 여파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려아연은 2000년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00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2조82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등의 여파로 당기순이익은 21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6% 감소하며 반 토막 났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신용등급도 악화했다.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은 AA+로 최우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분쟁의 영향으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고려아연이 15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고려아연은 최대 7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늘어난 부채 탓이다.

경영권 분쟁은 눈에 드러나는 비용 외에도 곳곳에 생채기를 냈다.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인수합병(M&A)에 대한 부담감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고려아연이 본사 임직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은 72.8%로 나타났다. 이번 분쟁이 ‘고려아연의 사업과 운영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은 96%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상당히 치열하고 골이 깊게 진행돼 왔다”며 “장기간에 걸친 분쟁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성과 인적자원 관리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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