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물질이 반환됐다. MASH 신약은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질환 특성으로 인해 약 10여 년간 다수의 기업들이 개발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영역이다.
7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은 전날 ‘BI 3006337(YH25724)’의 개발 중단을 유한양행에 통보했다. 해당 물질은 유한양행이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선급금 4000만 달러 및 개발단계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총 8억7000만 달러 규모에 기술이전한 물질이다.
YH25724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섬유아세포성장인자21(FGF21) 이중작용항체로, 제넥신의 약물지속형 플랫폼 기술(HyFc)이 접목된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인체 내 호르몬이다. FGF21은 혈당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에너지 대사와 지방 활용, 지질 배설을 증가시킨다.
전임상 결과 YH25724는 지방간염 해소와 항섬유화 효과를 통해 간세포 손상과 간 염증을 감소시키는 효능을 보였다. 베링거인겔하임은 MASH 및 관련 간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해왔으며, 올해 1분기 주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관련 뉴스
유한양행은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에 대한 가능성 및 임상시험에서의 긍정적인 안전성 결과에 근거해 해당 물질의 개발을 계속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기술수출로 수취받은 계약금 및 마일스톤 기술료는 반환 의무가 없어 재무적 손실은 없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계약금 4000만 달러, 마일스톤 기술료 1000만 달러 등 5000만 달러를 수령했다.
MASH는 음주와 관계없이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쌓이는 질환이다. 간 내 염증과 섬유화를 특징으로 간경화, 간암, 간부전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전체 성인 중 5%가량이 MASH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MASH 환자 수는 4억4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MASH 환자는 2021년 기준 약 41만 명에 달한다.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만큼 MASH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많다. 올해 2월 올릭스는 일라이릴리에 6억3000만 달러(약 9100억 원) 규모의 MASH 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를 기술수출했다. 올릭스는 전임상연구에서 OLX702A가 간 섬유화뿐만 아니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에서도 우수한 효능이 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간학회(AASLD) 국제학술대회에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간 섬유화 직접 개선 가능성과 글루카곤 활성을 통한 차별화된 치료 효능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2020년 MSD에 총 계약금 8억60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MSD는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에피노페그듀아티드 연구개발(R&D) 로드맵을 공개했다. 앞서 MSD가 진행한 임상 2a상에서는 간 섬유화를 72.7% 줄이는 결과를 보였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한미약품은 MSD로부터 계약금 1000만 달러(약 144억 원)와 마일스톤 1400만 달러(약 202억 원) 등 2400만 달러(약 346억 원)를 수령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 바이오기업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세계 최초 MASH 치료제가 등장했다. 그해 2분기부터 약 2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미국 의약 전문지 피어스 바이오텍은 2028년 레즈디프라의 매출이 3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MASH 치료제 시장은 2019년 1억4440만 달러(약 2000억 원)에서 2029년 272억 달러(약 39조 원)로 연평균 68.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