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가 건조해지는 봄은 미세먼지와 꽃가루가 날려 안질환에 취약해지는 시기다. 눈이 간지러워 손으로 자주 비비면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기거나 각막이 손상될 수 있다. 얼굴과 손을 청결히 하고, 눈에 심한 가려움과 이물감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SAC)은 대표적인 봄철 안질환으로, 공기 중 꽃가루나 먼지, 동물의 비듬 등에 의해 결막이 자극받아 나타난다. 특히 각종 중금속 성분과 먼지가 섞인 황사는 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켜 눈의 건강을 위협한다. 환자들은 눈이 충혈되고, 눈과 눈꺼풀 주변의 가려움증, 작열감, 눈부심, 눈물 흘림 등의 증상을 보인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199만252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1월 14만7836명에서 3월 21만9207명으로 증가했으며, 4월에는 35만3535명이 진료를 받아 한 해 중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알레르기 결막염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원인이 되는 항원을 찾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꽃가루나 먼지를 모두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원인 인자를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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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나 황사,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귀가 후에는 얼굴과 손발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인공눈물을 이용해 눈을 촉촉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된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항히스타민 제재나 비만세포 안정제, 호산구 억제제를 점안해야 한다. 냉찜질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증상이 심하면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부작용 위험이 있어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10세 이하 어린아이들은 봄철 각결막염(VKC)이 자주 발생한다. 덥고 건조한 환경과 관련이 높은 결막염으로, 한국은 4~8월 사이에 환자가 집중된다. 대부분 아토피나 천식, 습진 등의 알레르기 병을 동반하고, 약 3분의 2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각결막염의 주요 증상은 심한 가려움증과 이물감, 끈적끈적한 점액성 분비물, 결막충혈 등이다. 위눈꺼풀판 결막에 거대유두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각막에 타원 모양의 방패형 궤양이 생기면 시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주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증상 초기에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대개 여름에 환자가 늘지만,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봄에도 황사 및 미세먼지에 동반된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주요 증상은 눈물증가, 충혈, 이물감, 눈부심, 시력저하 등이다. 초기에는 알레르기성 눈병과 증상이 비슷해 알레르기로 오해할 수 있다.
이 질환은 발병 후 1~2주의 유병 기간을 가지며 전염성이 있다. 항상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수건이나 물건을 따로 사용해야 전염을 막을 수 있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 안약을 점안하고, 수분과 영양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안구건조증도 봄철 결막염과 함께 기승을 부리는 질환이다. 대부분 알레르기 증상과 따가움과 가려움증, 충혈, 눈물 흘림을 동반한다.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으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한 뒤 바로 세안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유지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김은철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안센터장은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로 눈병이 생기기 쉬운 위험요소가 많으므로 외출 후에는 세안과 손 위생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며 “증상 발현 시에는 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