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비용 아끼는 ‘복막투석’…행위 수가 없어 ‘외면’

입력 2025-03-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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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편의성 높아도 ‘의사가 안 권한다’…수가 신설·병원 및 인력 지원 필요

▲양재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말기콜팥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양재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말기콜팥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투석이 필요한 말기콩팥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복막투석’이 건강보험 수가 문제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진에 대한 적절한 보상, 환자 교육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신장학회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말기콩팥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내 복막투석 현황과 문제점을 짚었다.

투석은 말기콩팥병 환자의 손상된 콩팥 기능을 대체하는 치료로, 혈액에서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방식에 따라 팔의 동맥과 정맥을 문합해 혈관의 통로를 만들어 확장한 ‘동정맥루’를 통해 실시하는 혈액투석, 하복부에 복강으로 이어지는 카테터를 통해 실시하는 복막투석이 있다.

현재 국내 환자 대다수는 혈액투석을 실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만성신장병환자 수는 총 32만6736명으로, 이 가운데 8만3942명이 혈액투석을 실시했다. 복막투석을 실시한 환자는 7074명에 불과했다.

▲복막투석. (자료제공=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복막투석. (자료제공=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복막투석은 환자의 사회·경제 활동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 혈액투석은 주 3회 병원에 방문해 4시간가량을 머물러야 하며,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반면 복막투석은 환자가 스스로 복막투석액을 교환해 가정에서 시행할 수 있으며, 1~2개월에 1번만 병원에 방문하면 된다. 병원 방문 횟수가 적어 학업과 직장생활에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고, 출장이나 여행도 가능하다.

복막투석을 활성화하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24년 실시한 말기콩팥병 환자 중심 치료를 위한 정책 연구 결과, 혈액투석의 1인당 총진료비는 2022년 기준 2736만 원으로 복막투석 1941만 원과 비교해 1.4배 높았다. 총진료비 역시 혈액투석은 2조4000억 원, 복막투석은 791억 원으로 30.5배 차이를 보였다.

복막투석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는 ‘보상의 부재’가 꼽혔다. 복막투석 행위 수가가 없어 의사가 환자에게 복막투석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도 복막투석이란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를 실시하는 병원과 전담 간호사도 드물다.

양재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는 “투석환자의 진료비용은 단일 상병 중 암과 치매 이상으로 가장 높다”라며 “한국은 복막투석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환자를 교육할 체계나 정책적인 지원도 부족해 지속해서 이를 활용하는 환자들이 줄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좌경 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복막투석연구회 총무)는 “고령 환자는 혼자 가정에서 복막투석을 하기 어려울 수 있고, 혈액투석만 할 수 있는 환자들도 분명 있다”라면서도 “아직 젊고 활발히 활동해야 할 연령대의 환자들을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회생활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선택지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복막투석에 대한 행위 수가를 신설하고, 복막투석 전담 인력에 대한 교육 시설 설치 및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개별적인 환자 관리, 재택치료란 특성을 고려해 복막투석 간호사와 같은 전문 인력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12월부터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했으며, 한 차례 연장해 올해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대한신장학회는 시범사업에서 복막투석의 안전성, 효율성, 환자 만족도 등이 입증된 만큼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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