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다살 vs 감다죽…K팝 업계 울고 웃는 마법의 세 글자 [솔드아웃]

입력 2025-03-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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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 엔터 맞아? 감다살

데뷔 프로모(프로모션)가 왜 이래? 감다죽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필수 용어'로 거론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감이 다 살았다는 뜻의 '감다살', 반대로 감이 다 죽었다는 '감다죽'이 그 주인공인데요. 이 말은 동시에 K팝 팬들이 업계로부터 '뺏어야 할 용어'로도 거론되고 있죠.

올해 가요계는 지난해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출사표를 던진 건데요. 갓 데뷔한 신인 그룹들도 중독적인 무대와 신선한 매력을 보여주면서 올 한 해 열띤 활동에 시동을 걸었죠.

볼거리가 풍성한 만큼 K팝 팬들도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입니다. 이에 호평도, 혹평도 셀 수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을 잘해낸 소속사를 향해선 '감다살' 감탄이, 희한한 일 처리(?)를 보인 소속사엔 '감다죽', 더 격한 말로는 '감다뒤'(감이 다 ○졌다) 지적이 이어집니다.

소속사로선 이 같은 반응에 웃고 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의 반응은 곧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바이럴, 즉 입소문이 최근 가요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출처=NJZ 인스타그램, SM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JYP 숍 제공)
▲(출처=NJZ 인스타그램, SM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JYP 숍 제공)

"젠지의 신, 젠지의 제왕, 젠지의 황제"…감탄 자아낸 그룹 어디?

'감'을 거론하려면 그룹 뉴진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새 활동명 NJZ(엔제이지)를 선언하고 독자적인 활동에 시동을 건 뉴진스는 활동과 관련한 각종 떡밥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이들은 지난달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 '콤플렉스콘 홍콩 2025'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새 활동명으로 선보이는 첫 무대가 되는 셈입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역시 새롭게 개설하며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일에는 특별한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는데요. 10여 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는 멤버들을 의미하는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 모양의 쿠키가 담겼습니다. 이 영상에는 새로운 멜로디도 포함됐는데요. 특히 틱톡에 게재된 영상에만 '피트 스톱 1'이라는 설명이 적혀 눈길을 끌었죠. 팬들은 세계적인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1(F1)의 용어를 인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습니다.

피트 스톱(Pit stop)은 F1 등 모터 스포츠에서 차량이 새 타이어로 교체하거나 수리, 조정, 드라이버 교체나 페널티 수행 등을 위해 '피트'라는 구역에 잠깐 정지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요. F1 대회에서 드라이버가 잠깐 정차하면 정비공들이 일제히 차량에 달려들어 순식간에 타이어를 빼고 새로 끼우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빠르면 1초대, 혹은 2초대의 눈 깜빡하면 지나가는 순간이죠. 단순히 수리만을 위한 절차는 아닙니다. 이 짧은 시간은 선두권에는 격차를 더욱 벌리고, 반대로 중하위권에는 격차를 좁힐 절호의 기회로 통합니다. 어떤 팀이 피스 스톱을 빠르게, 잘해내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기도 합니다.

이에 팬들은 소속사 어도어와 1년 가까이 갈등을 빚어온 뉴진스가 '정비를 마치고 다시 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진스의 상황을 한 단어로 정의한 데 대해선 어김없이 '감다살' 호평이 나왔죠. 뉴진스는 콤플렉스콘에서 신곡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도어, 하이브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부터 뉴진스는 남다른 감성으로 주목받아왔는데요. 안타깝게도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7일 뉴진스 멤버 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은 어도어가 이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과 광고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기일에 직접 참석했는데요. 이들은 어도어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주장에 다시금 못을 박았죠.

NCT 위시는 여전한 젠지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아니,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달 데뷔 1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콘텐츠가 알짜배기였습니다. 1주년 이벤트 티저부터 예사롭지 않은 감성을 뽐내더니, '위시 어워즈' 콘셉트의 자컨(자체 콘텐츠), 쇼츠 영상, 포토 덤프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이틀 내내 팬들을 즐겁게 했죠.

특히 정성이 담긴 쇼츠 영상은 팬들의 심금을 울리기까지 했습니다. 'NCT 위시'라는 그룹명이 공개되지조차 않았던 시절 선보인 틱톡 챌린지를 1년여가 지난 지금 다시 재현하는가 하면, 팬들 사이 인공지능(AI) 커버 등으로 인기를 끈 '오 리틀 걸'(Oh Little Girl) 챌린지를 말아주면서(?) 감동을 자아냈죠. 팬덤은 물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타 그룹 팬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나왔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센터제로 소속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만큼, 일각에서는 "우리 센터는 뭐하냐"는 한탄도 나왔죠.

신인 그룹 키키는 예고 없이 선공개 곡 '아이 두 미'(I DO ME) 뮤직비디오를 깜짝 선물처럼 공개했습니다. 자유롭고 싱그러운, 키키만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었는데요. 이어 공개된 공식 홈페이지는 '잼 공장' 콘셉트로 꾸며져 키치한 감성을 제대로 말아줬습니다. 캐릭터를 꾸미거나 마우스를 가져다 대거나 클릭하면 사진이 변하는 효과 등이 담긴 인터랙티브 페이지까지 포함하면서 개성 넘치는 팀의 세계관, 콘셉트를 체감케 했습니다.

또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지식재산권(IP)가 담긴 캐릭터 스키주는 가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달걀 모양의 장난감 '다마고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는데요. 울프찬, 돼끼, 한쿼카 등 멤버들의 캐릭터 성장을 함께하는 건 물론 키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머글(팬이 아닌 일반인) 사이에서도 호평이 나온 이 상품은 1차 예약 판매 오픈으로부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품절을 기록했죠.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에이블씨앤씨)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에이블씨앤씨)

엔터 업계만 감 잡았나…101 감성 에뛰드→텔레토비 손 잡은 미샤

가요계에서만 '감다살' 평가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유행과 소비 패턴을 빠르게 읽어 상품에 적용해야 하는 유통 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는데요. 뷰티 브랜드들도 호평을 얻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중입니다.

1세대 로드숍, 에뛰드 하우스(이하 에뛰드)는 최근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입점하면서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는 1일 다이소를 통해 서브브랜드 플레이101을 론칭했는데요. '플레이101'은 에뛰드가 2014년 출시했던 브랜드입니다. 당시 아이라이너부터 아이섀도, 블러셔, 컨투어링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멀티 펜슬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였죠.

이번에 다이소를 통해 출시된 플레이101에도 아이섀도와 블러셔를 포함해 △멀티 유즈 스틱, △마스카라, △틴트 등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들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섀도우, 블러셔, 하이라이터 등은 서로 끼워서 조립할 수 있게 출시됐는데요. 10여 년 전, 에뛰드의 싱글 섀도우를 하나씩 모아 직접 팔레트를 조합해 가지고 다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에이블씨엔씨 미샤는 창립 25주년을 맞아 글로벌 인기 캐릭터 텔레토비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미샤의 인기 제품인 앰플, 세럼의 색깔과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의 색깔을 깔맞춤하면서 귀여움을 더했죠. 미샤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Z세대에겐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레트로 감성을 자아내는 텔레토비 한정판 라인업을 확대해갈 계획입니다.

안타깝지만 혹평을 들은 상품도 있었습니다. 트렌디한 컬래버레이션, 우수한 퀄리티의 자체 브랜드(PB) 등으로 '코덕들의 방앗간'으로 불리는 올리브영의 웨이크메이크는 지난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2'와 손잡고 관련 상품을 출시한 바 있는데요. 인기 캐릭터 '영희'의 얼굴과 실루엣이 립스틱과 립 팟, 틴트, 아이라이너, 섀도 팔레트 등에 더해졌습니다.

다만 당시 일각에서는 영희의 캐릭터 설정과 웨이크메이크의 콘셉트가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 속 영희는 피와 공포를 상징하는 캐릭터인데, 깜찍 발랄(?)한 캐릭터처럼 묘사해놓은 점이 공감을 받지 못한 거죠. 영희의 캐릭터를 무작정 활용하기보다, '오징어 게임'의 생존 경쟁, 극한의 심리전, 사회적 메시지를 반영한 콘셉트가 더 설득력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출처=SBS '런닝맨')
▲(출처=SBS '런닝맨')

무분별한 사용에 '낡은 밈' 전락 우려도…"'느좋'도 이미 인기 끝?"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유통 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얄짤 없이(?) '감다죽' 지적이 쏟아지는 실정입니다. 트렌드에 뒤처졌다는 이미지 반복해서 쌓는다면, 브랜드 가치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요. 이에 업계에서 먼저 트렌디함을 강조하면서 마케팅에 나서는 경우도 포착됩니다. 소비자들에게 '트렌드에 빠르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이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감을 얻어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밈을 공중파에서 건드리는 순간 사망 신고'라는 말이 있죠. 업계 차원의 지나친 '감다살' 홍보로 오히려 반감을 자아낼 수도 있는데요. 과거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지석진이 "어쩔티비"라는 유행어를 사용하자, 유재석은 "여러분, 석삼이 형이 '어쩔티비' 했다. 사망 선고 내린다. '어쩔티비'는 이제 끝"이라며 '어쩔티비'의 유행이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를 들은 하하는 "우리 아들이 아직 쓴다. 한 달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죠.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어쩔티비'는 정말 과거의 유행어로 남았습니다.

이에 한 네티즌은 "각종 업계에서 '감다살'과 '감다죽' 용어를 뺏는 걸 제안한다"고 말해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느좋'(느낌이 좋다) 단어 역시 유행의 정점을 지났다는 네티즌들의 냉철한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감다살'과 '감다죽' 역시 철 지난 유행어가 되지 않게 해달라는 K팝 팬들의 애원(?)이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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