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피해자단체·기업 간 이견에 난항…'합의대표' 관건

정부 주도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족 간담회가 17일부터 첫발을 뗀다. 피해자 단체만 20개가 넘는 상황에서 합의를 원하는 이들의 다양한 입장을 아우를 '합의대표'를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17일부터 내달 3일까지 전국 7개 권역(서울·수도권, 충청·대전, 전라·광주, 강원,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가습기살균제 사태 해결을 위한 피해자·유족 대상 지역별 간담회가 열린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관련 기업은 물론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도 간담회에 참석한다.
환경부는 작년 6월 대법원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국가책임을 인정한 판결 이후 피해자 단체 등 관계자 의견 청취, 관계 전문가 및 기관 자문 등을 거쳐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 주요 내용은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및 제도개선 추진 방향 △현행 피해자 지원사업 참여 안내 △합의대표 선임 제안 △참석자 의견수렴 등이다.
이 중 6000명에 달하는 피해자 대표 격인 '합의대표' 선출 여부가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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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사균제 사태는 2011년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2021~2022년 피해구제를 위한 합의 논의가 추진됐지만 피해자 단체 간 이견과 관련 기업의 비용 분담, 합의에 따라 보상하면 종결되는 '종국성' 미보장 문제 등으로 불발됐다. 현재 피해자 참여 단체는 23곳,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된 노출자 단체는 4곳이다. 피해 수준이나 현재 건강 상태, 나이 등에 따라 보상 합의로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측과 지속적인 치료 지원을 원하는 측 등 피해자 사이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있어서다. 과거 집단합의에 난항을 겪은 요인이기도 하다.
2017년 제정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828명으로, 작년까지 1865억 원이 지원됐다. 피해구제자금은 작년 기준 2750억 원(사업자분담금 2500억 원·정부출연금 225억 원) 수준이다. 정부는 해당 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들에게 치료비, 요양생활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에 실제 피해자 10% 미만(500여 명)이 합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간담회를 통해 피해자 입장을 폭넓게 대변할 수 있는 합의대표 선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 단체의 피해자 가입률은 전체 10% 미만인 것으로 안다"며 "2022년 사례를 보면 피해자 단체 사이에서도 '이 정도면 합의를 하자', '하지 말자' 등 저마다 입장이 달라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합의 찬성 여부가 아닌 합의하고 싶은 분들의 대표(합의대표)를 선출하자는 제안을 드릴 것"이라며 "대표를 선출하면 바로 합의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기업, 정부와 본격적인 합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갈등관리 전문가인 박수선 갈등해결&평화센터 소장이 피해자·유족 측과 합의대표 선출 관련 조율을 주도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족과 생존자 간 피해 정도, 원하는 보상 방법도 다르니 대표자 수나 선거 방식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이 '합의대표'를 절대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때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족을 대상으로 간담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정부와의 연락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피해자·유족을 제외하면 안내 대상은 5000명대 초반 규모라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신청 기한인 전날(7일)까지 피해자 1000여 명이 간담회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율이 저조한 만큼 환경부는 7일 이후에도 참석 신청을 받고 신청하지 않아도 참석 가능하도록 조처하기로 했다. 온·오프라인 간담회 참석이 어려운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우편 등으로 의견을 사전 취합하고 간담회 영상자료 등을 별도로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