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조만간 진료실의 풍경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가 질병의 진단은 물론 치료 방법까지 제시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나를 속속들이 아는 AI 주치의의 등장도 머지않았단 전망이다.
10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헬스케어 분야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3년 18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33.2%씩 불어나 202억 달러(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 AI에 대한 투자와 개인 맞춤형 치료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기술의 속도만큼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생성형 AI란 명령어(프롬프트)에 따라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용자의 상황이나 요구에 따라 결과를 능동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를 의료현장에 적용하면 거대언어모델(LMM)을 활용해 전자의료기록(EHR)과 환자 기록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복잡한 의료 정보의 해석이 가능하다. EHR 내 여러 소스의 정보를 통합·분석해 개별 환자의 사례를 이해해 마치 의사처럼 적절한 검사 및 치료 계획을 제안할 수 있다.
관련 뉴스
기존 AI 기술이 다양한 의료 영상을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수준이었다면, 생성형 AI의 발전은 ‘AI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다. 특히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생활습관 데이터까지 총망라해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암이나 희귀질환 분야에 유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챗GPT로 잘 알려진 오픈 AI는 의료 분야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초 발표한 ‘딥 리서치(Deep Research)’ 기능은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 종합적인 의료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실제 적용 결과 다양한 의학계 연구를 인용하고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같은 개인 정보까지 추가해 맞춤형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의료 면허 시험에서 86.5%의 정답률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던 구글의 의료 분화 특화 LMM ‘메드팜2(Med-PaLM 2)’는 미국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요클리닉에서 시험 적용되고 있다. 메드팜2는 환자의 증상에 대한 진단을 제시하거나 검사 결과 해석해 치료 방법을 추천하고, 복잡한 의학 정보를 쉬운 말로 바꿔서 설명하는 등 의료진의 역할을 구현했다.
다만 생성형 AI는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선 결국 사람의 검토가 필요하다. 생성형 AI가 발전해도 최종 의사 결정자로 기능하기보다 의료진의 의사결정 속도를 당기는 역할에 머물 것이란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