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포이즌필·차등의결권주 등 시행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해 고려아연, 한미사이언스, 티웨이항공 사례처럼 형제간 혹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분쟁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이 같은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활용하는 유일한 수단이 자사주 취득이다. 국내 상장 기업 정관에 규정된 경영권 방어조항 유형은 초다수결의제, 이사자격제한 등이며, 자사주를 통한 방어조차도 재무적 부담, 법적 책임의 위험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주식대량소유제한 등으로 경영권 공격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법제화됐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를 어렵게 한 제도들이 모두 폐지되면서 경영권 방어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으로 바뀌었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포이즌필(기존 주주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지분 매수권 부여), 차등의결권(주식 종류에 따라 의결권 수 차등 부여), 황금주(지분율과 관계없이 주주총회 안건에 거부권 행사할 수 있는 주식) 등의 제도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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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은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적극적 방어수단을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기업들은 적대적 M&A에 대한 공포가 불거지는데도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의 논의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주식 발행과 관련한 내용을 규율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에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적대적 M&A가 기존 경영진을 감시하는 기능이 있어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포이즌필 등 도입 시 상법 개정에 있어서 신중성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성훈 법무법인 시헌 변호사는 “포이즌필 도입은 기본적으로 상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측면이 있어서 큰 변화에 해당된다”며 “최근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은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상충하는 지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현시점에서 상장회사에 발생하고 있는 분쟁들을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