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AI법’ 장벽 마주한 중소벤처기업…대응 방안은?

입력 2025-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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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EU ‘AI법’·국내 ‘AI 기본법’ 적용…“기술 개발 초기부터 규제 충족해야”
벤처업계 “진흥보단 규제 측면 커…구체적 지원 방안 마련돼야”

국내외 인공지능(AI) 관련 표준화된 규제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처음 개발하면서부터 규제에 맞추는 등 기업 차원의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9일 중소·벤처기업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AI 관련법의 규제 강화 측면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 등을 고심하고 있다.

세계 최초 AI 포괄 규제법인 ‘유럽연합(EU) AI법’은 지난해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 내년 8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위험 수준에 따라 AI 시스템을 네 단계로 구분하고 부정적 위험이 클수록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EU 밖에서 개발됐더라도 EU에서 사용할 때는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국내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하고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차경진 연구위원은 ‘EU AI법 제정에 따른 중소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대응 방안에 대해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규제 요구사항에 적합한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문서화나 위험 평가, 적합성 인증 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U 내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규제 사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정부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봤다. 차 연구위원은 “국내외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소통창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AI 관련 기업 육성을 지속해서 지원하고, 규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규제 활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차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규제 대응 체계 구축이나 AI 활성화 차원에서의 지원 프로그램 정책도 필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부의 향후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국내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 윤리와 안전성 기준이 과도하고 데이터 활용·관리, 검인증 관련 비용·시간 등의 부담이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AI 기본법이 미칠 영향과 대응책 등을 분석 중이다.

벤처기업협회 이민형 팀장은 “전반적으로 AI 기본법이 진흥 목적보다는 규제 목적으로 제정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며 “진흥 관련된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AI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안전성 확보 등의 부분이 과도하게 느껴지고 ‘고영향 AI’ 등은 기준이 모호해 향후 명확하게 보완돼야 할 것”이라며 “진흥 정책으로 들어가 있는 것들도 부족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구체적으로 정책적인 지원금 사업들도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인력·시간·비용 부담 우려 커…“개선 필요”

기업들은 AI 기본법에 따라 데이터 구축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의무가 중소기업에도 암묵적으로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소규모 중소벤처기업 매장은 데이터 관리 분석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거나 관리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기업은 “POS 배달 주문 고객 분석 데이터 등을 수집·활용하려면 별도의 전문 인력과 기술 투자가 요구된다”며 “대기업에 비해 중소벤처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법안 시행령에 중소기업의 데이터 관리, 분석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포함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벤처기업이 고영향 인공지능 데이터 관리 의무에서 면제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다.

검인증 관련 규정에 대해선 정부 지원이 명시됐지만, 실제로 검증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비용이 과다하거나 인증 절차가 복잡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기업은 “AI 솔루션을 활용한 메뉴 추천 주문 최적화 등 시스템도 고영향 AI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검인증 절차가 추가될 경우 중소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과도하게 적용된 윤리적 기준과 안전성을 준수하기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새로 구축해야 할 부담도 크다.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직접적인 고객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집중돼야 할 기준이 일반적인 AI 기반 서비스까지 포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장에선 “외식업 등 소규모 AI 업종 대상으로 종사자 윤리 및 안전성 기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고영향 AI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윤리 기준 적용 대상에 소규모 사업체가 포함되지 않도록 명시해야 한다” 등 의견이 나온다.

전문 인력 지원 정책은 주로 대기업, R&D 중심 산업에 치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중소벤처기업에서는 IT, AI 전문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 어렵고 교육 인프라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중소벤처기업 인력 고용 보조금 도입 등 실효적인 지원 방안 마련을 주장했다.

또 재정 지원이 명시됐지만,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특화된 구체적 지원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AI 솔루션 도입을 위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세부 바우처 제도를 마련하거나 AI 도입 지원 펀드 신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우선순위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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