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업영화, 사회적 소수자 주인공 여전히 희귀

지난해 성소수자 주인공 등장 상업영화는 단 3편
장애인‧다양한 국적의 주인공 캐릭터들도 희소해
"다양한 정체성 반영해야 새로운 이야기 가능해"

▲지난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들의 포스터.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성소수자(LGBTQ)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는 '히든페이스', '대도시의 사랑법', '설계자' 등 총 3편에 불과했다. 극장 개봉이 아닌 OTT 오리지널 한국영화에서는 성소수자 캐릭터가 전무했다.

9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한 작품은 김대우 감독의 '히든페이스', 이언희 감독의 '대도시의 사랑법', 이요섭 감독의 '설계자' 등 총 3편이었다. 이 가운데 '히든페이스'와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소수자가 주연이었다.

'히든페이스'는 양성애자인 수연(조여정 분)과 그의 레즈비언 연인 미주(박지현 분) 사이의 갈등과 화해 중심의 서사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게이인 흥수(노상현 분)가 연인,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겪는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주요 갈등으로 다룬다.

'설계자'에서는 트랜스젠더 캐릭터 월천(이현욱 분)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극 중 사망하는 한계를 지니지만, 나름의 자기 서사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상업영화 속 성소수자 캐릭터는 희소했다. 등장하더라도 조연이나 단역에 머물며 일차원적인 소재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여전히 가장 낮은 포용도를 보이는 집단이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편 장애가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로는 '외계+인 2부', '그녀가 죽었다', '청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보통의 가족', '소풍' 등 6편이었다.

다양한 인종·종족·국적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는 총 12편 개봉했다. 이 가운데 '탈주', '원더랜드'에서는 각각 북한군과 중국인이 주연으로 등장했다. 나머지 10편의 작품에서는 주·조연급에서 단역까지 다양한 배역으로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한편 지난해 극장 개봉이 아닌 OTT 오리지널 한국영화는 '황야', '로기완', '크로스', '무도실무관', '전, 란', '데드맨' 등 총 6편이었는데, 이 가운데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무도실무관'과 '황야' 2편이었다.

'전, 란'에서는 일본군 장수, '크로스'에서는 러시아 용병, '데드맨'에서는 중국 범죄 조직원 등이 등장했다.

반면에 독립‧예술영화에서는 '그녀에게', '세기말의 사랑', '딸에 대하여', '정순', '울산의 별', '럭키, 아파트', '양치기', '힘을 낼 시간' 등 장애‧여성‧성소수자‧노동‧돌봄 등을 소재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재현이 다양하게 이뤄졌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는 오랫동안 특정한 정상성에 기대어 이야기를 만들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 주연이 될 때, 영화는 기존의 익숙한 서사를 넘어서 새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며 "단순한 포용성을 넘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더 잘 반영하고,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면 한국영화가 다 똑같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