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이례적인 판단”…시기상 적절한 결정인지 의문도
형사재판에 영향…공소기각 요구‧재판 지연 불가피 전망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 결정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구속 취소로 내란 혐의의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중차대한 사건에서 기존 실무 관행과 달리 구속기간 계산법을 적용하는 등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내세운 원칙은 ‘절차의 명확성, 수사과정의 적법성’이다.
재판부는 우선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한 ‘구속기간 만료’에 대해 계산법을 명확하게 따졌다. ‘날(日)’ 단위로 구속기간을 계산하던 종래 방식과 달리 ‘실제 시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7월 1일 오후 2시에 검찰청의 서류를 접수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하고, 다음날인 2일 오후 1시에 다시 검찰청으로 돌려보낸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경우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23시간이지만, 일 단위로 따지면 2일(48시간) 구속기간이 늘어나는 불합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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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체포적부심이 진행된 시간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것도 명문화한 법 조항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계산법을 종합해 윤 대통령의 구속 만료 시점을 33시간7분(영장심사 소요 시간) 늘어난 1월 26일 오전 9시7분으로 판단했다.
애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날 단위로 계산한 구속 만료 시점은 1월 27일 오전 10시32분이었다. 이에 검찰은 1월 26일 오후 6시52분에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는데, 법원이 판단한 구속만료 시점에 따르면 9시간45분이 지난 셈이다.
법조계에선 이례적인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날이 아닌 시간으로 구속기간을 계산하면 그간 구속된 수많은 피의자를 석방해야 하는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형사소송법에는 시간이 아니라 ‘(서류접수)날부터 (반환)날까지’로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며 “이 규정을 바꿔야 하는 건 맞지만, 당장 법을 위반해서 판단할 순 없다. 중대한 사건에서 해석을 자의적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법원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적용한 것”이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이런 기준을 세우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상급심 판단을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구속기간 만료뿐 아니라 수사 과정상 여러 절차에서 의문의 여지가 남아 있어 구속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 등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체포 과정부터 구속까지 주도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은 유보하면서 향후 재판 절차를 위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공수처와 검찰의 구속기간 배분, 신병인치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만큼 구속 단계부터 짚고 넘어가자는 취지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은 향후 형사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불구속 상태가 됐으니 윤 대통령 측은 재판을 길게 끌어가고, 나머지 내란 관련 피의자들도 결국 풀려나 몇 년 동안 재판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내란죄에 대한 공소기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할 때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