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선임 등 놓고 공방 치열
승계과정 창업주 일가 지분율 희석
고려아연ㆍ코웨이 의결권 맞붙어
금호석화ㆍ티웨이 표 싸움 없을 듯

최근 주주총회 트렌드가 바뀌었다.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외 이사 선임 정도의 안건을 형식적으로 다루던 과거와 달리 주총이 경영권 분쟁 속 표 대결 무대로 떠오른 것이다. 올해 주총에서도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의 첨예한 표 갈등이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과 수성을 놓고 또 한 번 맞붙는다. 1월 임시주총을 거쳐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에서 ‘18대 1’ 구조로 재편됐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무효가 되면서 다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정기 주총 표 대결이 이뤄진다면 ‘13대 11’이나 ‘12대 12’ 등 구도로 최 회장 측이 영풍·MBK 측에 비해 다소 앞서거나 동률을 이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법원은 영풍·MBK가 낸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집중투표제 도입’만 효력을 유지했다. 영풍 측(지분율 40.97%)보다 지분율이 낮은 최 회장 측(우호지분 포함 34.35%)의 경영권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분율에서 앞선 영풍·MBK 측이 이사 임기 만료 등으로 신임이사 선출 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MBK는 “주총을 거듭할수록 최대주주인 영풍·MBK 측 선임이사 수가 늘어 2대 주주인 최 회장 측 선임이사 수보다 많다”며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도 임시주총을 소집해 최 회장보다 더 많은 이사를 선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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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영풍·MBK의 가처분 신청 대부분을 받아들이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임시주총에서 제한됐던 영풍의 의결권(지분율 25.42%)도 살아나게 됐다. 법원 판결 직후 영풍은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신규법인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하며 순환출자 고리도 끊었다.
코웨이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이사회 개편을 놓고 다툼 중이다. 양측은 이달 31일 열리는 주총에서 기관·개인 투자자 지지를 얻기 위한 주주 서한을 각각 발송한 상태다. 코웨이 지분 2.84%를 보유한 얼라인은 이사 선임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서한을 보냈다. 반면 코웨이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면서도 현 이사회가 충분히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고 반발했다. 주총에서의 공방이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웨이는 최근 주총 검사인 선임 신청서를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에 제출했다. 주총 검사인은 총회 전반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되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조카의 난’을 일으켰던 박철완 전 상무가 주주제안을 접수하지 않으면서 올해 주총은 큰 이슈 없이 지나갈 전망이다.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를 둘러싼 대명소노그룹과 예림당의 분쟁은 대명소노의 승리로 돌아가며 주총 표대결도 없을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에서 경영권 분쟁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세대를 거듭한 승계 과정에서 창업주 일가의 지분율이 희석되고, 형제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혹은 사모펀드와 개인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 편승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이 활개 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