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경제 활성화하려면 개편해야
“차라리 외국으로 법인 옮기는 게 나아”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오른 뒤 25년 간 변화가 없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최대 60%까지 과세한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사이 물가는 두 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네 배가량 뛰었다.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세율이나 한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공론화되기도 했지만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번번히 좌초됐다. 결국 중견·중소 기업들은 징벌적 상속세 때문에 가업승계를 포기하거나 기업사냥꾼인 사모펀드(PEF)의 타깃이 돼 존속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세계 일류 기업들과 숨 가뿐 경쟁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각종 연구단체의 연구 결과 등을 종합하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14.5%)의 무려 네 배, 상속세 있는 국가의 평균 최고세율(26%)에 두 배에 달한다.
특히 주요 국가들은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고 미국은 55%에서 35%까지 낮췄다가 2012년 40%로 고정했다. 영국은 2025년까지 단계적 폐지를 추진 중이다. 스위스(7%), 이탈리아(4%) 등은 낮은 상속세를 적용해 큰 부담이 없다. 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 상속세가 없거나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한 나라는 14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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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에 동떨어진 한국 상속세율로 인해 경영은 물론이고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인엽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북미 등 선진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00년 넘게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경제를 활성화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상속세를 낮춘다고 바로 경제 성장으로 직결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상속세를 낮춰서) 경제와 자연을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면 경제가 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 ‘상속세 과세방식과 세율의 합리적 개편방안 검토’를 통해 “물적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해야 일자리 및 소득의 창출이 가능한데 OECD 국가 최고의 상속세율(최대주주할증과세 적용시 60%)로 기업의 상속이 어려워 지속적인 일자리 및 소득 창출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리휘는 세금에 국내를 떠나 외국에 법인을 내는 것이 낫다는 최고경영자(CEO)들도 있다. 조세 사건을 다수 경험한 한 변호사는 “어렵게 일군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도 너무 높은 세율에 다른 편법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국세청에 적발돼 더 큰 세금을 내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며 “차라리 외국에 가서 법인을 차리고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 상속하는 게 낫겠다라고 토로하는 CEO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