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후 대량·바스켓 시장 운영 예정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5)씨는 4일 증권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식매매를 하려다 거래가 체결되지 않아 당황했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줄 알고 수번씩 새로 매수 주문을 넣었지만 오히려 '예수금 잔고가 부족하다'는 팝업창이 뜬 것이다. 김모씨는 "시간이 좀 흐른 후 다시 앱을 확인해보니 호가 주문이 체결돼 있었다"며 "새로 문을 연 대체거래소(ATS)의 수수료가 싸다는 말에 일부 종목을 사려고 했는데 시스템이 잠시 버벅거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29)씨도 퇴근길에 같은 날 증권사 앱 이용하려다 불편을 겪었다. 평소와 다르게 버퍼링이 유독 심하게 걸리거나 실시간 시세 조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최씨는 "증권사 앱에서 주말간 넥스트레이드 관련 점검을 한다고 하더니 장 시작부터 앱이 유난히 무겁고 느려진 느낌"이라며 "매일 아침 앱으로 잔고와 시세를 확인하는데 그날은 그냥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초 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직후 삐걱대고 있다. 도입 당일 증권사 전산장애가 발생하는가 하면 시스템 미비로 대량매매 서비스가 한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각종 사고가 일어나 투자자 불편을 키우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날인 4일부터 대량·바스켓매매 시장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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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레이드는 애초 정규시장, 종가매매시장,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을 함께 열 계획이었지만 대량ㆍ바스켓매매 시장은 7일까지도 열리지 않았다.
개장을 앞두고 대량ㆍ바스켓시장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 않으면서 해당 시장을 당분간 열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킷브레이커란 증권 시장에서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되어 지수가 크게 급락하는 경우, 시장 참여자에게 투자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거래소가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한 상황에서도 시차를 두고 넥스트레이드에서 대량매매가 체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넥스트레이드 운영 규정상 코스피 또는 코스닥지수가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해 한국거래소가 증권시장의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는 경우 넥스트레이드도 해당 종목의 매매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해당 시장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한 이후 10분간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매매로 거래를 재개하고, 넥스트레이드는 호가접수시간을 고려해 거래 중단 이후 30분이 경과하면 매매거래가 재개된다.
앞서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 이후 증권사 전산오류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투자자 불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4일부터 이틀간 미래에셋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식 체결 조회가 1분 이상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일부 투자자는 주문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오인해 주문 정정, 취소 요구를 하는 등 혼선이 발생했다. 4일 키움증권에서도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다가 현재 정상화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다. SOR이란 복수거래소 체제가 도입되면서 증권사들이 필수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고객이 주식 주문을 넣을 때 ATS나 한국거래소를 아무도 지정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에 유리하게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이를 SOR 시스템이 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넥스트레이드의 SOR을, 키움증권은 자체 개발한 SOR을 사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산오류가 발생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장애 발생 경위와 피해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분 이상 증권사의 전산업무가 지연됐을 경우 전자금융사고로 보고받는다.
세금 산정에서도 한국거래소와 다르게 산정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할 경우 일정 비율의 증권거래세를 납부하게 되는데, 이 납세 대상과 금액을 잘못 추산한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원천징수하는 구조다. 한국거래소나 넥스트레이드가 과세대상 자료를 한국예탁결제원에 제공하면 예탁원이 증권사들에게 증권거래세를 안내하고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걷은 세금을 다시 예탁원에게 보낸다.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 4일과 5일 증권사들은 실제 걷혀야 하는 증권거래세와 차이가 있는 금액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세가 잘못 산정됐다는 것을 알게된 예탁원은 넥스트레이드에 매도 거래 건별로 증권거래세를 재산정해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산정금액 차이는 소액인데다 투자자 피해도 따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대량ㆍ바스켓매매 시장 시스템에서 미비점이 발견돼 해당 시장의 개장이 늦춰졌고 시스템 정비 후 개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