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한국 ETF의 꺼지지 않는 심장,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CEO탐구생활]

입력 2025-03-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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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 빠른 성장만큼 질적 성장 필요
변동성 큰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맡겨야
11일 TDF ETF 3종 출시…장기 상품 중심
투자자가 돈 벌어야 운용사도 성장 가능
보수 인하 방식은 비즈니스 본질 벗어나

1961년생인 배재규 대표는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의 살아있는 역사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뜨겁던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ETF를 들여왔다. 당시 이름도 생소하던 금융상품인 ETF를 도입하기 위해 당국 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해외 ETF, 채권 ETF,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를 상장하며 한국 ETF가 한층 더 발돋움하는 길목마다 그가 있었다. 증권업에 처음 발을 들이고 3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초’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2023년엔 국내 ETF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거래소로부터 공로상을 받았으며, 필드에서 ETF 업계의 중심으로 무게감을 지키고 있다.

“ETF 시장,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TDF ETF가 해답”

최근 자산운용시장에서 ETF 상품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양적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대표는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돈을 벌었는지는 의문”이라며 “ETF의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변동성이 큰 한국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투운용은 이달 11일 타겟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 ETF 3종을 새롭게 상장할 계획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로 최적의 자산 배분 전략을 자동 조정하는 펀드다. 사회초년생 시기에는 수익률이 높은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 은퇴를 목표로 하는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간다. 이번에 출시될 TDF ETF는 상장지수펀드 형태로 제공돼 투자자 접근성을 높인다.

앞으로는 TDF ETF를 통해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투운용의 TDF는 현재도 국내 TDF 중 1년 수익률이 20%대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장기 투자 수익률일수록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 출시 후 여타 운용사들을 제치고 높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의 ETF 시장은 단기 매매 중심으로 과열된 경향이 있지만, 3~5년 후에는 TDF와 같은 장기 투자 상품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운용사의 역할”이라고 했다.

또한 “고객이 돈을 벌어야 운용사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며 “운용사는 단순히 낮은 보수로 경쟁하기보다는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고객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한투운용이 지향하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 주도주 장기 투자 중요…ETF 시장 과열 바람직하지 않아”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한국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원자력을 유망 산업으로 꼽으면서도, 핵심축인 반도체의 경우 기술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역시 트럼프 신정부 출범으로 전기차 계획 지연에 따라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투자와 관련해서는 미국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가장 유망한 시장이며, 대만과 인도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점점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장기 투자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와 빅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ACE 미국빅테크TOP7',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솔라액티브' ETF 상품을 소개하며 “테크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들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운용사의 역할에 대한 쓴소리도 전했다. 그는 “상품 출시의 목적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있다”며 “단순히 경쟁사 상품 대비 보수를 낮추는 방식은 비즈니스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ETF 시장의 과열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며 “보수를 줄이기 시작하면 경쟁을 위한 경쟁일 뿐이지 상품에 정성을 쏟기 어렵다. 운용사는 고객의 자산 배분과 장기 투자를 돕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양자컴퓨터 ETF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데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관심이 높은 테마형 ETF 상품을 내더라도 장기투자가 가능한 상품이어야 한다”며 “향후 장기 투자가 가능할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ETF를 내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한투운용은 올해 시작이 좋다. 작년 말 KB자산운용을 제치고 ETF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2022년 3조 원도 채 되지 않던 한투운용의 순자산은 올해 15조 원으로 3년 새 약 5배가 늘었다. 배 대표는 작년 말 ‘3연임’에 성공해 올해로 4년 차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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