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분양 주택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지방을 넘어 수도권까지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쌓이는 상황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미달이 속출하고 있어 미분양 적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1년 전보다 13.9% 증가했다. 지난해 1월 6만3755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6월 7만4000여 가구로 정점을 찍고 6만5000여 가구까지 줄었다가 연말이 되면서 다시 늘었다.
지방 미분양 적체 해소가 더딘 가운데 수도권 물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1월 1만여 가구 수준이었던 수도권 미분양 주택 수는 1만9748가구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수도권 전 지역에서 미분양이 늘었는데 특히 경기가 두드러졌다.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6069가구에서 1만5135가구로 1년 새 9066가구(149.4%) 증가했다.
관련 뉴스
평택과 이천이 경기도 미분양 확대를 주도했다. 평택은 361가구에서 6438가구, 이천은 154가구에서 1873가구로 각각 6077가구, 1719가구 늘었다.
평택은 미분양이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최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이천은 지난해 8월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평택과 이천뿐 아니라 광주시와 가평군, 광명시, 안양시도 각각 200~900가구가량 증가했다.
지방에서는 대전(1112가구→2095가구)의 증가 폭이 88.4%로 가장 컸다. 부산과 광주, 울산, 경남도 각각 30~40%가량 늘었다. 대구와 경북은 미분양 주택 수가 줄었지만, 각각 8742가구, 6913가구로 여전히 많이 쌓여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상황도 악화일로다. 올해 1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2872가구로 18개월 연속 증가하며 2013년 10월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대구가 3075가구로 가장 많고 경기(2088가구)와 부산(2268가구), 전남(2445가구), 경북(2214가구), 경남(2032가구) 등에 2000가구 이상 남아있다.
최근 청약시장에서 미달 사태가 일상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분양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지난달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11개 단지 중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를 제외한 10곳의 평균 경쟁률은 0.4대 1 수준에 불과했다. 래미안 원페를라는 1순위 청약에 268가구 모집에 4만635명이 접수해 1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분양시장에 관해서도 비관적 시각이 강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분양전망지수는 72.9로 전월보다 2.5포인트(p) 하락했다.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 상황이 '나쁘다'고 응답한 주택사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 발표됐으나 단기간에 수요 위축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며 "수요자들이 신중한 태도로 옥석 가리기를 하면서 단지별 청약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건설업계는 미분양 적체 등으로 인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최근 '2·19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대한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와 추가 대책 마련을 골자로 한 건의서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했다.
건의서에는 정부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물량 확대와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세제 혜택 필요하고 대출총량제 폐지 등 대출 규제 정상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원주 주건협 회장은 "주택건설업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주거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건의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