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시작을 말지…산으로 가는 연금·의료개혁

입력 2025-03-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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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자동조정장치 빼고' 모수개혁 논의…의료개혁은 좌초 위기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연금개혁 등 논의를 위해 열린 '여야 협의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논의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연금개혁 등 논의를 위해 열린 '여야 협의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논의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연금·의료개혁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연금개혁은 ‘현상유지’에 가까운 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의료개혁은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국민연금 모수개혁 범위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모수개혁에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만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안에 대해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민주당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도 44~45%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4% 이상으로 인상 시 미적립부채 증가 등을 우려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0~43%,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요구했다. 미적립부채는 지급됐거나 지급이 예정된 연금급여 중 가입자·수급자가 낸 보험료를 차감한 비용의 합계다. 이후 모수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자동조정장치 논의를 구조개혁 과제로 넘기고, 소득대체율은 미적립부채가 늘지 않는 43%로 조정하는 안을 다시 제안했다.

다만, 국민의힘 안대로 모수개혁이 처리돼도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적립금 소진은 7~8년 미뤄지지만, 이후 급여지출 증가 효과로 미래세대 부담(부과방식 비용률)이 는다. 이 때문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건복지부에 “자동조정장치는 모수개혁과 함께 논의될 사항으로, 여당에 다시 한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무엇보다 자동조정장치가 구조개혁 과제로 넘어가면 단기적으로 도입이 어렵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모든 연금제도를 포괄하는 거시적 개혁이다. 장기적으론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의 구조적 통합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논의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합의도 어렵다. 결국, 연금개혁이 현상유지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다.

연금만큼 의료개혁도 위기다. 교육부는 최근 의과대학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 의사 확보와 의과학자 양성,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의료개혁 과제의 핵심이다. 의대생 전원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원복’ 가능성만으로 의료개혁의 정당성에 흠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8일 논평에서 “학교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의사인력 확충이라는 국가의 중차대한 과제를 폐기하는 것은 의사집단에 또다시 백기를 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의대생·전공의 집단행동을 이유로 의대 증원이 철회되면 앞으로도 개혁을 내세운 의료정책은 추진이 어려워진다. 어떤 정책도 집단행동으로 무산시킬 수 있단 선례가 누적돼서다. 이는 중앙행정기관의 집행력 약화를 의미한다. 이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증원 관련 공무원에 대한 문책과 의료개혁 과제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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