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부진 심화에 따라 한국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 순위가 6위에서 7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업계는 올해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 위협과 중국 브랜드들의 글로벌 침투율 확대 등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10일 발표한 ‘2024년 세계 자동차 생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은 2023년 대비 0.5% 감소한 9395만 대로 집계됐다. 자동차 생산이 감소로 전환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글로벌 생산 감소는 도요타와 혼다 등 일부 업체의 품질 인증 부정 문제로 인한 일본(-8.5%) 생산 부진 영향이 컸다. 이밖에 한국(-2.7%)을 비롯한 태국(-20.0%)과 스페인(-3.0%)에서도 생산이 감소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1위는 중국이었다. 이어 2위 미국, 3위 일본, 4위 인도, 5위 독일, 6위 멕시코, 7위 한국, 8위 브라질, 9위 스페인, 10위 태국 순이었다. 상위 10위 내에서 순위 변동은 있지만 2021년째 동일한 10개 국가가 순위 안에 들고 있다.
관련 뉴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내수 진작책과 수출 장려 정책이 연계되면서 전년 대비 3.7% 증가한 3128만 대를 생산, 16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미국은 내수 판매 증가에도 불구, 제조업체들이 재고 관리에 집중하면서 생산은 0.7% 감소한 1056만 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2023년 6위에서 지난해 멕시코에 밀려 7위로 하락했다. 수출 대수 증가에도 불구,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가 2013년 이후 최저치(163만5000대)를 기록하며 생산 감소를 초래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내수 한계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내외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해 산업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잠재 수요가 적은 한계를 갖고 있어 올해 내수가 전년 대비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생산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 업계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와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은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은 완성차 기업을 포함한 국내 제조 기업들의 해외 생산 및 투자 확대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KAMA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 약화로 글로벌 상위 10위 생산국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으며, 전방위적인 산업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국내 공장 가동률 저하는 부품업계 경영 악화와 고용 감소로 이어지며 전후방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제조업 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생산 기반 약화는 국가 제조업 경쟁력 저하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AMA 관계자는 “국내 생산 규모 유지 및 확대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글로벌 선진국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미래차 생산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내수 진작책과 더불어 국내 생산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정부의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