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납품 재개에도 파장 여전
‘SSM’ 홈플 익스프레스도 불똥

9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홈플러스 남현점에서 만난 60대 박상희 씨는 쇼핑한 물건을 챙기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홈플러스의 창립 기념 대규모 세일 행사(홈플런) 소식을 듣고 마트를 찾았지만 간편식과 통조림 등 일부 상품은 구매하지 못했다.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6일 차,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던 식품업체들이 재개에 나서면서 사태가 일부 수습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여전히 상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날 방문한 홈플러스 남현점에서도 공산품을 중심으로 상품 진열대 일부가 비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대에 빈 공간이 드러날 때마다 상품을 전면에 진열하는 홈플러스 직원들도 여럿 보였다. 현장에 있던 협력사 관계자는 “상품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빈 곳을 채우려고 해도 상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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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과 라면 매대에서도 상품이 빠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라면 제품 중에서는 신라면이 평소보다 더 넓은 면적을 차지했다. 농심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에도 꾸준히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납품을 중단했던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현재 납품을 재개한 반면, 팔도 제품은 여전히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음료 코너에서는 롯데칠성음료 제품의 재고가 부족했다. 홈플러스는 납품 정상화를 위해 롯데칠성음료와 협의 중이다.

즉석 국, 탕, 찌개 등 레토르트 식품 매대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진열대 상품이 아예 통으로 듬성듬성 비어 마치 ‘이 빠진 모양’을 연상시켰다. 현장에서 물건을 고르던 소비자 양 모씨(32)는 “점심에 먹을 비비고 육개장을 사러왔는데, 상품이 없어서 다른 제품으로 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일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의 분위기도 남현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형마트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대신 고요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상품 진열대 곳곳이 역시 비어있었다.잠실점의 경우 개점 후 3시간 여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신선식품 부족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저녁 장을 보러 나왔다는 정소희(37)씨는 “버섯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제품이 없어 사지 못했다”면서 “홈플러스가 힘들다고 들었는데 진짜 그 영향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번 상품 부족 현상과 관련해 식품업계의 납품 중단 영향 뿐 아니라 창립 세일 행사인 홈플런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12일까지 인기 먹거리를 비롯해 생활용품부터 가전용품을 최대 반값을 제공하는 홈플런 이즈 백(is BACK) 행사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이 빈 가장 큰 이유는 ‘홈플런 이즈 백’이라는 연중 최대 할인 행사 영향으로, 식품 업체들의 납품 중단 이슈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선식품 납품업체 가운데 납품 중단을 논의 중인 업체는 한 곳도 없다”며 “신선식품 매대가 비어있는 것은 고객 구매 영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