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제2의 홈플러스되나…전략광물 등 공급망 우려 증폭

입력 2025-03-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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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MBK, 최대주주인 홈플러스 법정관리로 경영능력 도마 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막판 변수로 주목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넘어갈 경우 국가기간산업의 정보 유출 우려
막대한 차입금으로 제2의 홈플러스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MBK파트너스의 경영능력과 신뢰도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광물을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불거지면서다.

9일 법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7일 법원이 영풍·MBK가 제기한 임시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관련, 대부분 효력을 정지하면서 MBK·영풍 측이 다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법원이 인정한 집중투표제로 이달 말 예상되는 정기 주총은 고려아연이 버틸 수 있겠지만 의결권이 많은 MBK·영풍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 측은 핵심 전략광물 상당수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을 MBK가 경영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의 기업가치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MBK가 고려아연에서 수익화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세계1위를 지탱하고 있는 기술”이라며 국가기간산업과 전략광물 생산의 핵심기술들과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80%가 훨씬 넘는 해외투자자의 이익회수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고려아연에 재현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BK의 홈플러스 경영 실패 사례는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를 하는 능력’과 ‘기업을 장기간 경영하며 그 가치를 끌어올리는 능력’은 완전히 별개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라며 “현재 MBK가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고려아연도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꼬집었다.

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그 이후 두 차례 장내매수로 지분 7.82%를 취득했다. 이를 위해 약 1조5000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 70%가 넘는 약 1조1100억원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다. 자기자금이 아닌 대출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것으로 추후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하면 차입금은 수조 원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의 경우 7조 원에 인수했으며 인수금융 차입금은 4조 원에 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규탄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pete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규탄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peter@)

MBK의 자금 부담이 커질수록 추후 MBK가 고려아연 배당금과 계열사 매각, 핵심기술 판매·공유 등을 통해 확보하려는 자금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고려아연 시가총액은 약 15조 원에 달한다. 몸값이 무거운 상태에서 MBK가 훗날 차익을 최대화 하기 위해 더 높은 값에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하려고 할 경우 매각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우리나라와 미국 등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맺고 핵심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려아연은 최근 중국이 미국에 수출통제한 안티모니와 인듐, 텔루륨, 비스무트 등 주요 핵심광물을 모두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아연과 연뿐 아니라 희소금속 분야에서도 국가안보와 경제를 너머 글로벌 공급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평가에 기반한다.

마리아네트 밀러-믹스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트럼프의 측근들인 잭 넌 연방 하원의원,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민주당인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미국 정치인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전략광물과 주요 산업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안보 위협 등을 지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인수 과정에 정부가 적극적인 관여를 할 가능성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받은 상태다. 정부는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송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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