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거센 반격 부닥친 ‘트럼프 관세전쟁’

입력 2025-03-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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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완섭 재미언론인

‘도자기 상점에 들어간 황소(A Bull in a China Shop).’ 취임 이후 좌충우돌 줄곧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험성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가자 지구 휴전과 재건 계획을 포함해 80여 건의 행정명령을 전격 발표하는가 하면 파나마운하 회수, 그린란드 매수 의향을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멕시코만’이름을 전격적으로 ‘아메리카만’으로 바꿔 버리는 파격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4일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는 예고했던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시켰다. 우려했던 관세폭탄이 현실화된 순간이다. 마침내 무역전쟁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 퍼진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한 달간 유예방침을 밝혔다. 세계 경제에 막대한 파장을 드리울 관세부과 여부를 손바닥 뒤집기를 벌써 세 번째. 그러니 ‘도자기 상점 속 황소’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도 하다.

동맹국도 예외 없어…보복관세 악순환

협상을 통해 조정과 타협안을 이끌어내려는 속셈이지만 시장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증시는 폭락했고, 각국 증시가 요동쳤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즉각“이건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며칠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면박을 준 트럼프가 정작 무역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다.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한 무역전쟁 선포식이나 다름 없는 그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었고, 선언은 불명확했다. 이를테면 엄연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음에도 한국은 미국에 대해 4배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많이 도와주는데도 터무니없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상호관세를 매기거나 방위비를 올리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믿거나 말거나,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일본과 한국 기업 등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보조금을 주던 반도체법은 폐지할 방침. 삼성과 SK하이닉스에는 날벼락 같은 소리다.

우리보다 더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건 캐나다, 멕시코 등 인접 국가들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국에 대한 명백한 전쟁 선포”라고 비난했다. 즉각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1550억 달러어치 수입품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즉각 보복관세를 들고 나왔고, 15개 주요 미국산 제품은 허가 없이는 중국 내에서 시판이 금지됐다.

지구촌이 감당해야 할 고통은 엄청나다. 첫 번째가 물가상승. 식료품을 비롯한 생필품, 유가, 자동차, 부동산까지 예외가 없다. 공급망 교란, 환율과 금리인상, 실업 등 후유증도 감당해야 한다. 이틀 만에 유예 방침을 밝힌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이유는 무얼까. 강력한 지지층 때문이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데 힘입어 ‘위대한 미국 건설(MAGA)’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이란 슬로건이 지지자들에게 먹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그에게서 희망을 보았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서민들은 쇼맨십이 강하고 정치적 허세로 가득 차 있지만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데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지지 기업인 상당수 부정평가 돌아서

그러나, 취임 초기에 보여준 파격행보를 두고 빠른 판단력과 실천력에 박수를 보내던 미국 내 기업인들과 경제 전문가들도 상당수가 서서히 부정평가로 돌아서는 눈치다. 관세폭탄 같은 비방책으론 일시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국제관계를 망가뜨려 미국을 수렁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주요 정책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엄숙해야 할 의회연설에서 트럼프가 연출한 블랙코미디 한 대목.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정부는 2기 트럼프 정부이고, 두 번째가 조지 워싱턴”이라고. 시쳇말로 웃프다고 해야 하나. 트뤼도 총리 말대로 무역전쟁에 승자는 없다. 결국엔 전 세계인 모두가 경제적 고통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현실을 트럼프는 모르고 있는 듯하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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