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부진·수출여건 악화…소비심리 일부 완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개월 연속 한국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10일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1·2월호에 이어 석 달 연속으로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 정국 불안 여파가 남아있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우리 수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KDI는 "우리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 건설업 중심으로 생산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세도 축소되고 있다. 1월 전산업생산은 건설업 부진과 설 연휴·임시공휴일 등 조업일수 축소로 전년 같은 달보다 3.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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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수출은 전월대비 소폭 증가(-10.2%→1.0)했지만 일평균 기준(-5.9%)으로는 전월(7.7%)보다 낮았다. 국가별 일평균 기준으로 범용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對)중국 수출이 8.2% 감소했고, 대미국 수출도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일반기계(-24.6%) 등을 중심으로 5.9% 감소했다.
특히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은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체 수출에서의 비중을 고려할 때 자동차, ICT 및 일반기계에 대한 관세 인상이 우리 수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품목 수출 중 대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및 부품(46.0%), 일반기계(29.4%), 철강제품(13.1%) 등이 미국 관세정책의 직접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중심의 회복세에도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1월 건설기성(-7.4%→-27.3%)은 건축과 토목 모두 감소세가 확대되며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소비 부진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심리 위축은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봤다. 1월 소매판매(-2.5%→0.0%)가 설 명절 등 일시적 요인으로 보합세를 보였지만 통신기기·컴퓨터(-23.4%), 가전제품(-11.9%) 등 내구재는 10.7% 감소했다.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3.3%), 교육서비스업(-1.7%) 등 주요 서비스업 생산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2로 여전히 기준치(100)를 밑돌았지만 전월(91.2)보다 높았다. KDI는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는 작년 말 정국 불안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통상 갈등이 심화하며 세계무역 위축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