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후 정확한 소재 파악 안 돼”
美 국무장관 “미국 내 하마스 지지자 영주권·비자 취소할 것”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 컬럼비아대학 재학생을 체포했다고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컬럼비아대 학생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ICE 요원이 전날 컬럼비아대 국제행정대학원(SIPA) 소속 학생인 마흐무드 칼릴을 캠퍼스 인근의 대학 소유 아파트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칼릴의 변호인 에이미 그리어에 따르면 칼릴은 미국 영주권 이른바 ‘그린카드’ 소지자로, 작년 1월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아내는 미국 시민권자다. 칼릴은 시리아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으며,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영국 대사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임신 8개월인 그의 아내가 뉴저지 구치소로 남편 칼릴을 면회하려고 했지만, 그곳에 구금돼 있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어 변호인은 칼릴이 정확히 어딨는지 잘 모르며, 그가 거리가 먼 루이지애나 같은 곳으로 이송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온라인 수감자 위치추적 시스템을 토대로 그가 현재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에 있는 ICE 구금시설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칼릴의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유대주의 시위“로 지칭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연루된 외국인 학생들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조치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10월 가자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습을 규탄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대학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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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칼릴이 당시 점거 농성한 그룹에 속하지 않았으나 작년 봄에 컬럼비아대 내에 세워진 천막농성장 철거를 대학 당국 관계자들과 협상하는 역할을 맡은 것을 계기로 미국 대학가의 팔레스타인 지지운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가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리어 변호인은 ”우리는 법정에서 그의 권리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그에게 저질러진 이 끔찍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고, 계산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이번 체포는 미국 정부가 학생 운동과 정치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탄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리샤 맥라플린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칼릴이 체포된 다음 날인 이날 성명을 통해 ”반유대주의를 금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뒷받침하기 위해 칼릴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소식을 공유하며 ”미국 내에 있는 하마스 지지자들이 국외로 추방될 수 있도록 비자나 영주권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ICE 직원도 체포 과정에서 칼릴의 영주권이 취소 대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