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압박하던 '경선 룰', '통합' 논의…수면 아래로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비이재명(비명·非明)계 등 범야권이 다시 뭉치는 모습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야(野)5당 연합 전선’을 구축해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띄우며 야권 내 ‘이재명 독주’를 견제하려던 혁신당과 그에 동조하던 비명계 대권주자들도 일단 윤 대통령 파면과 검찰총장 사퇴 촉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를 지시한 심우정 검찰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항고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심 총장이 석방 지휘를 지시한 건 직권남용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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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5당은 “국민을 저버린 심 총장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 윤석열을 풀어주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에 대한 직권남용의 죄를 묻겠다”며 “공수처는 심 총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심 총장에 대한 탄핵 추진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전날(9일) 진행된 원탁회의에서도 야5당 대표는 심 총장에 대한 탄핵 추진 등을 주요하게 논의했다. 야권 내 최대 화두로 자리 잡았던 ‘오픈 프라이머리’나 ‘범야권 통합’과 관련된 얘기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야권 내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로선 별로 달갑지 않은 제안이었다.
탄핵 정국 기류 변화로 윤 대통령 파면이 시급한 공통 과제가 된 만큼, 경쟁보단 연대와 지지층 결집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이 대표에 집중되던 야권의 견제도 다소 느슨해졌단 평가가 나온다.
‘경선 룰 변경’과 ‘개헌’ 등으로 이 대표를 압박해오던 비명계 대권주자들도 일단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단 인식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빛의 연대로 함께 할 것”이라며 연일 단합과 연대 메시지를 내고 있다.
비명계와 이 대표 사이에선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이 대표가 비명계를 겨냥해 “과거 체포안 가결은 당내 일부가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고 발언한 점을 두고,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통합은 거짓말이자 쇼”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이 같은 서로를 향한 날 선 목소리도 누그러진 모습이다.
지역행사 참석 등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야권 잠룡들의 행보도 일단 소강 상태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야5당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 참석하며 지지층 결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란 공통의 목표가 다시금 떠오르면서 ‘비명 대 친명’이란 계파 갈등 구도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