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주요 지자체가 파격적인 임대료에 공급 중인 임대주택에 지원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에서 공급한 ‘천원주택’에는 이틀 동안 10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렸고, 지난해 서울시 동작구청이 내놓은 ‘신혼부부 만원주택’에도 100명 이상이 접수했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초저가 임대주택이 등장하는 등 전국으로 초저가 임대주택이 확산 중이다. 전문가는 초저가 임대주택 공급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한정된 계층과 물량에 따른 차별과 지속가능성 부족 등으로 대규모 시행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1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에서 모집한 천원주택은 접수 이틀 만에 1125명이 신청했다. 인천 천원주택은 인천시가 내놓은 저출생 정책 ‘아이 플러스 집드림’ 사업으로 하루 1000원, 월 3만 원의 임대료만 내면 최장 7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이다. 대상은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나 예비신혼부부로 인천도시공사(iH)가 보유 중이거나 매입한 주택으로 운영된다. 인천시는 올해 500가구를 시작으로 천원주택 물량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인천시 천원주택과 비슷한 유형의 임대주택은 전국 곳곳에서 확산 중이다. 먼저 서울시에선 동작구청이 지난해 ‘만원주택’을 내놨다. 1호 주택(양녕청년주택)은 기존 공영주차장부지에 신축한 36가구 규모 공공임대주택으로 전용면적 20㎡형 단일 평형으로 구성되며 월 임대료 1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2호 주택은 노량진동과 상도동 등 관내 7가구를 대상으로 모집했으며 1호 주택과 달리 월 임대료 1만 원과 함께 임대 보증금 1055만~1600만 원을 부담한다. 이는 기존 전세 보증금의 5% 수준이다. 평형은 전용면적은 28㎡형부터 최대 64㎡형까지 갖췄다. 지난해 동작구청에 따르면 2호 주택에는 7가구 모집에 100여 명이 몰려 경쟁률 14대 1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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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선 전남도청에서 시행한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이 눈에 띈다. 전남도청에 따르면 전남형 만원주택은 신혼부부와 청년을 대상으로 임대료 월 1만 원 수준에 최대 10년까지 거주를 보장한다. 기존 전남 화순군의 100가구 규모 1만 원 임대주택에 이어 지난해에는 고흥과 보성, 진도, 신안 일대에 50~60가구씩 총 210가구의 신축 아파트를 제공한다. 공급 비용은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충당하며 약 2843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화순군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화순군이 관내 임대아파트인 부영아파트를 임대해 신혼부부와 청년에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2023년부터 부영그룹과 협력해 3년 연속 지속 중이다. 화순 부영아파트는 총 5개 단지로 구성되며 지상 최대 15층, 26개 동, 전용 39~59㎡형 총 4595가구 규모 대단지다. 주변에 생황 편의시설과 함께 교육 환경도 우수해 주거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렇듯 지자체별 초저가 임대주택 공급이 계속되면서 호평이 계속되고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특정 계층과 소수에 한정된 공급 규모와 대부분 지자체 재정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속가능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 대신 민간 주도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공공지원민간임대 등)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우리나라 공공주택정책의 새로운 방향성 및 주택금융지원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중산층까지 사용 가능하고 부담할 수 있는 공공주택 및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모델 등 새로운 주택 정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교수는 “주거 취약 계층의 사회 진출을 위한 주거복지 측면에선 초저가 임대주택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런 혜택을 못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또 입주하지 못한 청년과 신혼부부에겐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들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