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술에 인재 확보까지”…美 ‘마이크론’ 거센 추격에 韓 기업 초긴장

입력 2025-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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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0 17:08)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0나노급 1c D램 고객사 테스트
TSMC 출신 인사 '이사회' 임명
HBM 중심 개발 및 생산 주문

글로벌 메모리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공격적인 행보로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해 들어 반도체 공정 기술 개발을 가속하고, 글로벌 인재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최근 파운드리 선두주자인 TSMC 출신 인사까지 포섭해 글로벌 협력 전선도 강화해나가면서 우리나라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1감마(γ) 공정 기반의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인텔, AMD 등 중앙처리장치(CPU) 고객사에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곧바로 대량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γ 공정은 6세대 10나노급 D램을 뜻하는 마이크론의 표기 방식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통상 1c 공정을 가리킨다. 10나노대 D램부터는 세대별로 알파벳 기호를 붙여 x(1세대), y(2세대), z(3세대), a(4세대), b(5세대), c(6세대) 순서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10나노급 1b 공정이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마이크론 제품은 직전 세대 대비 속도는 최대 15% 빨라지고, 전력 소모량은 20% 이상 줄었다.

▲반도체 너머로 마이크론 로고가 보인다.  (연합뉴스)
▲반도체 너머로 마이크론 로고가 보인다. (연합뉴스)

마이크론은 D램 공정 개발 속도는 SK하이닉스보다는 느리지만, 삼성전자보다는 빠르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1c D램 개발에 성공한 이래 지난달 양산 인증을 의미하는 ‘매스퀄’까지 마쳤다. 당초 지난해 말 양산을 목표로 세웠던 삼성전자는 현재 칩 사이즈를 키우고, 수율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재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류더인(마크 리우) 전 TSMC 회장을 이사회에 임명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추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리우 전 회장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사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후 지난해까지 회장직을 맡는 등 30년 이상 TSMC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향후 양사 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향후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제작되는 6세대 HBM인 ‘HBM4’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HBM4부터는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파운드리 로직 선단 공정을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 역시 HBM4부터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한다.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첫 행보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동남아시아 생산 거점을 직접 살피며 HBM 중심 개발과 생산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가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 및 차우 페낭주 총리 등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출처=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 SNS)
▲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가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 및 차우 페낭주 총리 등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출처=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 SNS)

마이크론은 지난해 2월부터 인공지능(AI)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8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12단 제품 역시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향 제품을 아직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2.4%로, 직전 분기(22.2%) 대비 0.2%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경우 41.1%에서 39.3%로, 1.8%p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34.4%에서 36.6%로 늘었다.

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반도체 관세 인상 등을 예고하면서 올해 마이크론이 반사효과를 크게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AI 기업들이 세금 부담에 우리나라 메모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반도체 관세 인상으로 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이 시장 장악력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자국 기업을 조금 더 케어해주고, 힘을 실어 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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