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가의 수술 권유 가능성 커져"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영업 현장에서 건강보험을 통해 백내장 진단비를 최대 200만 원 지급하는 플랜을 홍보하고 있다. 보장금액은 나이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40세(200만)~60세(100만원)까지 지급된다. 앞서 메리츠화재도 비슷한 조건으로 100만~200만 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일부 설계사는 안과 질환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나 백내장이 우려되는 중장년층에게 월 1만 원의 보험료로 진단 시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며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다른 손해보험사나 생명보험사의 질병 수술비 보험을 포함해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주는 식의 보험 설계도 통용되고 있다. 실손보험이 막히자 파격적인 보장을 내세운 건강보험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백내장은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게 하는 질환으로, 50세 이후부터 흔하게 발생한다. 2021년 고가의 다초점 렌즈를 이용한 백내장 수술이 급증하면서 관련 지급 보험금이 1조 원을 넘기자 보험사들은 청구 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보험금을 노리고 불필요한 수술을 강행하거나, 간단한 수술임에도 입원을 유도하는 등의 꼼수가 횡행하기도 했다. 일부 안과가 멀쩡한 눈을 백내장으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가 적발됐다. 대법원은 비급여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며 사법적 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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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 거절로 인한 피해구제 신청도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접수된 실손보험 피해구제 신청 치료 유형 중 28.2%가 백내장 수술 관련으로 가장 많았다.
'백내장 플랜'을 앞세워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진단 남용을 다시 부채질해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나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 기준이 다르게 정해져 있어 손해율 우려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타사의 수술비 보험 상품과 연계해 판매할 경우 실손보험으로 충족되지 않는 보장을 추가하려는 가입자들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으로 보장 받으니 (병원 입장에서) 더 고가의 수술을 권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