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비축에 ‘추가 매입’ 내용 없어 시장 실망한 듯
“트럼프 외 거시경제 변수 복합 작용”…변동성 주의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11만 달러를 넘봤던 비트코인이 8만 달러 선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주 진행된 백악관 첫 ‘크립토 서밋(가상자산 회담)’에 오히려 시장이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의한 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거시경제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 기준 10일 오후 4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대비 약 14.23% 하락한 8만233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때 8만232달러까지 하락하며 8만 달러 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과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비트코인 등 5개 자산에 대한 전략적 비축을 언급한 3일(현지시간 2일) 9만4810달러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은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에 5일 8만1947달러까지 하락한 뒤 ‘크립토 서밋’ 기대감에 6일 다시 9만2000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낸 바 있다.

더블록은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58%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하락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에 대한 행정 명령 및 크립토 서밋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 이번 행정명령은 시장 기대와 달리 미국이 이미 압수해 보유 중인 비트코인 약 20만 개를 판매하지 않고 비축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초 시장은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이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정책적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추가적인 수요까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열린 크립토 서밋에서도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면서도 세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는 경로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측면에서도 전임 정부가 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막은 ‘초크포인트2.0’ 철폐와, 8월 의회 여름 휴가 기간 전에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 등을 밝혔지만, 시장이 환호할 만한 새롭거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김민승 코빗리서치 센터장은 “캐시앤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빠지고, 관세전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는 중에 비트코인 전략 자산 관련 백악관의 공식 메시지에 시장이 오히려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매수를 언제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런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의 영향력은 긍정적 부정적 양쪽으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의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입법이 어떻게 되느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최근 변동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다양한 거시 경제적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김 센터장은 “수 많은 변수들이 가상자산 투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고, 최승호 쟁글리서치 연구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발언이 무역·고용·통화정책 등 복합적 요인과 맞물려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변동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책 선언이 직접적인 촉매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우려(고용 지표 부진), 무역 갈등,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등 거시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확인된 관세 정책 혼선과 고용 부진은 투자심리를 흔드는 주요 변수로 꼽히며,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의 변동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의 영향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 발언이 아닌 실질적 정책 추진 가능성과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면서 “크립토 서밋에서 구체적인 실행안이 부족하여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던 것처럼, 제도화와 예산 확보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단순 발언에 의한 단기 효과는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외에도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고용 동향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를 수시로 점검해 금리 정책 변화 시점을 파악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면서 “이런 시기에는 단기 급등·급락에 휘둘리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할 매수 같은 방어적 전략을 유지하는 편이 안전해 보이고, 무리한 레버리지 운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