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법안 2건 발의돼 있지만…논의 지지부진
금융당국 “올해 안 제도화 추진 노력 진행 중”

금융회사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국회 논의 중심에서 계속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예금보험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기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두 건 발의돼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과 8월에 각각 발의한 의안들이 모두 정무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안정계정이란 예금보험의 적용을 받는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에 대한 사전적·예방적 지원체계다. 현재 예금보험기금이 이미 부실해진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사후 조치에만 사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금융안정계정은 정상 금융사의 일시적인 유동성 어려움에 사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앞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상적인 금융사에 대한 선제적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한국은 21대 국회에서 정부안과 의원 입법안이 발의됐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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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정무위 제1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금융투자업 관련 법안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금융안정계정 관련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금융시장에 어려움이 닥칠 때 긴급 유동성 조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여러 시장안정조치를 운영하고 있다”며 “금융안정계정도 시장안정조치 중 하나로 제도화하면 금융사 부실 발생 예방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된 두 안건을 소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해 정무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등 노력 중”이라며 “다음 법안심사소위 때 논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도 금융안정계정의 도입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금융위가 개최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중 보호무역 확산,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올해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크고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변수가 많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안정계정 도입 여부는 전적으로 국회에 달렸다. 발동ㆍ자금지원 요건 등 추가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지난해 9월 25일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최병권 수석전문위원은 김현정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 대해 “금융안정계정이 남용될 경우 예금보험제도 등을 위한 예금보험기금 적립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발동 요건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과 자금 지원의 객관성,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소관 상임위에 사후 보고하는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간 금융안정계정 도입 필요성 자체에 대한 협의는 이뤄졌지만, 자금지원 요건 등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상태”라며 “가계부채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아 금융안정계정은 현재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