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버텨낸 것인지… 격한 의문이 쏟아지는 주말이었는데요. 겨우내 참아왔던 포효를 외치며 경기장을 꽉꽉 메웠죠. 심지어 개막 경기도 아닌 시범경기에 몰려든 팬들. 바로 야구팬들입니다.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던 주말. 미세먼지 기세를 몰아낼 야구팬들의 등장이었는데요. 토요일인 8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 6만7264명이 몰렸는데요. 이는 10구단 체제 출범 후 시범 경기 개막전 최다 관중 신기록이었죠.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5년 3만6589명을 무려 두 배 가까이 뛰어넘은 수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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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기록의 영광은 단 하루뿐이었는데요. 일요일인 9일 7만1288명이 몰리면서 전날 최다기록을 넘어선 겁니다.

한화 이글스가 13년 만에 시범 경기를 진행한 청주구장이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펼쳐진 부산 사직구장과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대결한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직(1만7890명), 대구(2만3063명), 청주(9000명) 등 3곳의 매진 행렬에 힘입어 이 같은 수치가 나왔죠. 다른 구장도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수원(kt 위즈 vs LG 트윈스)에는 1만4057명, 창원(NC 다이노스 vs 키움 히어로즈)에도 7278명의 관중이 찾았죠.
무료도 아닌 유료(평일은 무료, 주말은 유료). 정식 시즌 경기도 아닌 시범경기에서 매진이라니… 관계자 모두가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이틀간 시범 경기 10경기 관중이 13만8552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 시즌 시범경기 첫 날 관중 수인 3만6180명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난 차이입니다. 1년 새 높아진 프로야구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죠.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지난해 정규시즌 720경기에 관중 1088만7705명을 유치하며 꿈의 천만 관객을 돌파했는데요. 이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종전 최다였던 2017시즌 관중(840만 688명)보다 무려 240만 명이나 관중이 증가한 거죠. 시범경기 관중동원력을 미뤄볼 때 올해도 이 기록은 ‘재달성’이 가능해 보입니다.

올해 시범경기는 18일까지 팀당 10경기씩 총 50경기를 진행하는데요. 주말 2연전을 치른 각 팀은 11일부터 18일까지 연이어 8경기를 치르게 되죠. 연장전은 열리지 않으며, 우천 시에는 대진이 취소됩니다.
앞으로의 일정을 보면 10~11일에는 한화-SSG, 키움-kt, 두산-삼성, KIA-NC, LG-롯데의 경기가, 13~14일에는 KIA-두산, 키움-SSG, LG-삼성, kt-NC, 한화-롯데의 경기가 진행되고요. 15~16일에는 두산-키움, LG-SSG, 한화-NC, 삼성-KIA, kt-롯데의 경기가, 17~18일에는 NC-LG, 롯데-키움, 두산-kt, 삼성-한화, SSG-KIA의 경기가 각각 펼쳐집니다.
주말 2연전에서 2연승을 거둔 팀은 두산 베어스와 kt인데요. 두산은 한화를 상대로 각각 6대 4, 4대 2로 승리했고 kt는 LG를 상대로 각각 5대 1과 9대 4로 이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물론 한화와 LG는 만원 관중 앞에서 첫 시작부터 아쉬움을 삼켰죠. 롯데는 KIA를 상대로 1승 1무의 기록을 거뒀고요. SSG와 삼성, 키움과 NC는 1승 1패씩 나눠 가졌습니다.
이번 시범경기에는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힌 새 얼굴을 대거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한화는 이틀 연속 신인을 내보냈습니다. 8일에는 KBO 신인 선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정우주가 등판해 시속 152㎞ 강속구를 뿌리며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죠. 9일에는 권민규 또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패배에 속 쓰린 한화 팬들의 마음을 달랬습니다.
키움 또한 신인을 자랑했는데요.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정현우는 첫 경기부터 선발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죠. 최고 구속 146㎞의 빠른 공과 포크볼을 앞세워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전체 7순위 김서준은 3이닝 1실점으로 만만치 않은 활약을 펼쳤죠.
전체 3번으로 삼성에 입단한 좌완 배찬승도 개막전에서 153㎞의 강속구를 내리꽂았는데요. 신인들의 활약에 2025 시즌이 기대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가장 주목해 볼 만한 것은 KBO리그에 처음 실전 도입되는 ‘피치클록’인데요. 피치클록은 투수가 제한 시간 내 투구와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야구 규칙을 말합니다. 투수는 주자 없을 때 20초, 주자 있을 때 25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는 33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야 하죠. 타석당 타임아웃 횟수는 2회까지입니다. 지난해 시범 운용을 거쳐 올해 정식으로 도입되는 이 규정을 위반하면 투수는 볼 1개, 타자는 스트라이크 1개의 제재를 받게 되죠. 피치클록이 도입되면 투수가 공 9개 미만을 던져도 한 이닝에 삼진 3개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주말 시범경기에서 피치클록 위반 사례는 3번이 나왔는데요. 8일 SSG 랜더스 노경은이 25초를 넘기면서 볼 1개가 추가됐고, 9일에는 투수 오원석(kt)이 피치클록 위반으로 볼넷을 내줬습니다. 타자 피치클록 위반 1호는 롯데의 한태양이었는데요. 9회말 1사 2루에서 피치 클록 8초가 남을 때까지 타격 자세를 취하지 못하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벌써 뜨거운 프로야구. 개막전은 22일 일제히 진행되는데요. 개막전은 한화-kt, 롯데-LG, NC-KIA, 두산-SSG, 키움-삼성의 경기로 펼쳐집니다. 이들 경기의 티켓팅은 15일 오전 10시 진행 예정인데요. 구단마다 티켓링크, 인터파크 등 예매처는 상이합니다.
하지만 어느 구단이든 ‘피켓팅(피+티켓팅)’이 될 예정이죠. 모두가 가지고 싶은 한 자리를 사수하기 위한 야구팬들의 경쟁이 예고됐는데요. 넘치는 이 애정을 받을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구단이 되길 바랄 뿐이죠. 마침내 봄, 겨울잠 자던 야구팬들의 피 튀기는 경쟁은 벌써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