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절대 안 타!"…불붙는 '미국산 불매운동', 머스크의 선택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5-03-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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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메리카노? 캐나디아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적인 '미국 불매'로 이어진 모양샙니다.

단순히 세계 곳곳의 소비자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을 넘어 주 정부나 기업이 미국산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미국 기업과 계약을 취소했다는 이야기까지 속속 들려오고 있죠.

특히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에서는 전례 없는 반미(反美) 바람이 부는 중입니다. 일부 카페에서 미국 커피라는 '아메리카노'(Americano)를 '캐나디아노'(Canadiano)로 바꿔서 부른다는 재치 있는 이야기부터 미국산 제품 대신 자국산 제품 구매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수많은 미국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반감을 자랑하는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머스크는 세계 곳곳에서 '비호감'으로 낙인 찍힌 모습인데요. 그에 대한 반감은 폭력 사태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괴짜'라고 불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머스크. 그가 과연 '테슬라 불매 운동'에는 눈치를 볼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만 관세 부과?…트럼프 '관세 전쟁'엔 이웃도 상관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 기조 아래 무역 적자를 줄이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전 세계가 긴장하죠.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에는 25% 관세를,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에는 지난달 10%에 이어 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이미 '표적'이 됐던 중국은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중국산 제품은 최대 4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거죠.

국경을 맞댄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강행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 오랜 이웃이자 우방인데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체결해 서로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죠.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3개국에서 미국으로 다량 유입되고 있다며, 펜타닐 유입을 제대로 차단할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당연히 3개국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일제히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며 역공을 폈는데요. 국가 간 기 싸움에 미국 내 산업계에서는 '읍소'가 쏟아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내 자동차 업계만 보더라도 대부분 캐나다, 멕시코에 제조 및 부품 공급망을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부품이 제조를 위해 국경을 수차례 넘나들 때마다 여러 관세에 노출된다면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신규 비용이 발생, 기업들의 이익이 사실상 사라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거죠.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CEO, 스텔란티스의 존 엘칸 회장, 포드의 윌리엄 포드 회장과 짐 팔리 CEO 등 미국의 이른바 '빅3' 자동차기업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의를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자동차에는 1개월간 관세 적용을 면제한다며 한 발자국 물러섰는데요. 이후 이틀 뒤인 6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1개월 유예를 대부분 물품으로 확대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가 미국 경제에 주는 역효과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되죠. 그러나 또 그다음 날인 7일에는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선 상호관세(최대 250%)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에 있는 테슬라 차량 대리점 인근에서 머스크 반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AP/뉴시스)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에 있는 테슬라 차량 대리점 인근에서 머스크 반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AP/뉴시스)

중남미·유럽서도 반미 정서 확산…테슬라 매장에 화염병·소총 난사까지

관세 압박과 함께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은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기기 충분(?)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걸 넘어 주 정부와 기업들도 미국산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미국 기업과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속 포착됐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4일 모든 주류 매장에서 미국산 주류를 철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퀘벡주, 매니토바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에서도 상점과 음식점이 미국산 주류 판매를 중단했는데요. 이들 네 개 주의 인구를 합치면 약 3000만 명으로, 캐나다 전체 인구의 75%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포드 주지사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체결한 1억 캐나다달러(약 1009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미국 뉴욕, 미시간, 미네소타주로 송출되는 전기에 대해선 25%의 수출세를 부과하겠다고도 경고했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산 제품을 선택하라"며 자국산 제품 구매를 촉구했고요. 차기 총리 겸 자유당 대표에 선출된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및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 역시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한 후 "미국인들은 우리의 자원과 우리의 물, 우리 땅, 우리나라를 (장악하기를) 원한다"며 "(미국이) 캐나다의 노동자와 가족,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는 그(트럼프)가 성공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산 불매 운동은 캐나다를 넘어 멕시코, 중남미, 또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지원을 중단한 게 반감을 심화했는데요.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등지에서는 미국산 제품 불매를 독려하며 대체품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反) 머스크 운동도 격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최소 2억8800만 달러(약 4175억 원)를 후원한 머스크는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발탁, 대규모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나섰는데요. 이밖에도 공식석상에서 나치 경례를 연상케 하는 손동작을 하거나,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는 등 도발적 행보도 보였죠.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테슬라 불매 운동에 불이 붙었습니다. 독일에서 테슬라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했는데, 독일 전체 전기차 등록 건수는 31% 증가했다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는데요.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틱톡에 '테슬라 타도'(#teslatakedown)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테슬라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게시물부터 테슬라 매장 앞에서 열리는 시위 현장 등 모습을 볼 수 있죠.

특히 반 머스크 정서는 폭력 사태로도 발현되고 있습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한 이후 머스크가 CEO로 있는 테슬라 관련 시설에서 최소 12건의 폭력 행위가 발생했는데요. 테슬라 매장 입구 간판에 '나치', 'X 먹어라 머스크' 등의 낙서를 하거나 매장 주변에 주차된 전기차들을 향해 술병으로 만든 화염병 여러 개를 던지고, 매장을 향해 반자동 소총을 난사하는 등 위험천만한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머스크 리스크에 신차 판매량 급감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테슬라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7일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0.3% 내린 262.67달러(약 38만82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7주간 하락세를 기록했죠. 테슬라가 상장한 2010년 6월 이후 주간 단위 최장 기간 하락인데요. 역대 최고점이던 지난해 12월 17일 479.86달러보다 40% 넘게 하락한 수칩니다. 시가총액도 1조 달러대에서 8448억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지난해 10월 5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10월 5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머스크, 친트럼프 행보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다만 일각에서는 불매 운동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집니다.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미국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산 제품을 이미 들여온 소매업체가 입는 타격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는 건데요. 뉴욕 포스트 등에 따르면 캐나다 마트에서는 불매 운동으로 인해 쌓인 미국산 재고를 판매하기 위해 미국산을 '캐나다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불매 대상인 미국 기업이 유럽, 중남미에 생산 기점을 두고 있다면 되레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프랑스 매체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는 펩시나 코카콜라, 제과업체 마스에 M&M 등 미국 식음료 기업은 모두 프랑스 전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고 지적했죠.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다음 달 2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와 상호 관세를 부과할 방침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와 함께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올라갈 수 있다"며 상향 가능성도 시사했죠.

특히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예측을 하고 싶지 않다"고 확답을 피하면서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매우 커서 전환기에 있다. 우리는 부를 다시 미국에 가져오고 있다. 매우 큰 일이다.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덧붙였죠.

첫 번째 임기에서 주식시장의 성과를 늘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주식시장의 중요성을 축소했는데요. 그는 "내가 해야 할 일은 강한 주식시장이 아니라 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지난주 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경제적 전환 과정에서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시인하면서, 당분간 이어질 관세 폭탄을 예상케 했습니다.

머스크의 친(親)트럼프 행보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물론 테슬라라는 브랜드엔 머스크의 친트럼프 행보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지만, 결국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관련해 통합적인 연방 규제를 얻어낸다면 궁극적으론 득이 된다는 분석인데요. 자율주행은 테슬라의 차세대 성장 동력입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가로막혀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 시스템은 상용화되지 못했다는 아픔(?)이 있죠. 연방 차원에서 간소화된 통합 규제책이 마련된다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급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머스크의 다른 사업들 역시 정부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스페이스X도 미 항공우주국(NASA) 등과 계약 관계에 있고요.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인공지능(AI) 기술이나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에서도 연구 및 임상시험,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입니다. '정치적 입김'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관세 정책 관철을 위해 경기 침체도 감수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사업 확장과 성장을 위해 행동대장을 자처한 머스크. 목표를 위해서라면 경제적 타격도 감수하는 태도가 사뭇 비슷해 보이는데요. 이들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세계에 확산한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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