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에는 GM 산하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유럽 전략차종을 만들던 군산공장을 폐쇄했습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경영 실패가 원인이었지요.
2025년 위기는 미국 행정부에서 시작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 자동차 관세를 예고한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를 확정하지 않아 애간장이 타는데,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대응 중입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미국 정부의 칼바람이 원인입니다.
관세가 확정되면 한국지엠의 타격이 가장 큽니다. 이 회사는 매년 50만 대 수준의 완성차를 만듭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팔리는 차는 2만여 대에 불과한 반면, 약 47만 대를 수출하고 이 가운데 90%가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차 가격도 상대적으로 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들이라 25% 관세는 직격탄일 수밖에 없지요. 미국 GM도 엄연히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입니다. 만약 25% 관세가 확정되면 GM 입장도 난감해집니다.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으로서 구태여 한국에서 소형 SUV를 생산해 미국으로 역수입할 이유가 없는 셈이지요. 한국지엠은 사실상 미국 GM의 하도급 공장에 불과하거든요.
관련 뉴스
과거 GM은 2013년 호주에 이어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공장 문을 닫았고, 2017년에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현지공장 매각, 판매 중단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적이 있지요. 전동화 전환에 따른 GM의 글로벌 사업장 구조조정이었습니다. 2018년 한국 군산공장 폐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사업장 철수까지 거론됐지요.
다만 우리 정부가 공적자금을 무려 8100억 원 투입하면서 한국지엠을 붙잡았는데, 그만큼 우리 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지엠 근로자만 1만1000여 명에 달합니다. 1차 협력사는 약 280곳이고 2~3차를 포함하면 3000곳이 넘습니다.
이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계엄과 탄핵정국에 휘청이는 나라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내수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이 회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GM이 7년 만에 철수를 이야기합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사업장을 지켰는데 또 이렇게 나옵니다. 쌍용차 매각대금이 4000억 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자금 8100억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다시는 외국계 기업에 우리 근로자의 일자리를 볼모로 잡혀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처연함도 속속 이어집니다.
이제는 다양한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마냥 외국계 투자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줘서도 안 됩니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 GM 지분 인수입니다. 한국지엠에 줄 돈이 있다면 차라리 미국 GM 지분을 사는 셈이지요. 2018년 당시 공적자금 투입에 논란이 컸습니다. ‘8100억 원’이면 당시 기준 GM 6대 주주가 될 수 있었지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당시 비슷한 금액을 투자해 6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지요.
물론 걸림돌도 있을 겁니다. 미국 정부 관점에서 한국 공적자금의 GM 투자를 방관할 리 없겠지요.
그래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수목적사(SPC)나 자산운용사를 활용해서라도 GM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야 합니다. 그래야 걸핏하면 ‘철수’를 꺼내 드는 미국 GM에 맞설 수 있을 테니까요
정부 당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할 게 뻔합니다. 그렇다고 불가능을 이유로 또다시 수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건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최적의 방법과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공적자금이나 만지작거리라고 당신들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은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