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 유출 피해 33조 원…솜방망이로 어찌 막나

입력 2025-03-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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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가 최근 6년간 140건, 피해 규모는 3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은 10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핵심 기술을 노리는 해외 기업들의 유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와중에 국가 경제의 명운이 달린 첨단 기술 유출 범죄를 발생 이전 단계에서 예방하고 차단할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지난달 법원은 삼성전자 18나노 D램 반도체 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넘겨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삼성전자 부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연간 4조~10조 원의 피해를 봤다며 다른 혐의까지 합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이 가져온 최소 수조 원 규모의 피해와 파장을 고려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CXMT는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4위에 오르며 점유율을 5%까지 늘렸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기술 유출의 폐해가 국가 경쟁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법처리 결과에서 드러나듯 우리 대응은 한가하고 안이하다.

국가 미래 경쟁력의 근간이자 안보 자산인 핵심 기술을 훔쳐 해외로 팔아넘기는 것은 매국적 반역 행위나 다름없다. 세계 주요국이 산업 기술 유출을 중대 범죄로 다루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최장 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벌금은 최대 500만 달러(65억 원)다. 대만에서는 기술유출을 국가안전법으로 다스려 최고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독일과 일본 역시 타국에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국가 기밀을 권한 없는 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높은 수위로 처벌하고 있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은 한편으론 자국 기술을 보호하고 다른 한편으로 기술 빼돌리기에 혈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인공지능(AI) 분야 기업가·연구자들에게 미국 방문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기술 유출 우려 때문이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비롯해 알리바바와 딥시크 등이 기반을 둔 저장성 등 중국 최대 기술 기업들이 있는 지역의 당국이 지침을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출국해야 하는 경우 계획을 사전에 보고해야 하고, 귀국 후에는 현지 당국에 한 일과 만난 사람들에 대해 브리핑까지 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을 참작해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새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통상 선고되는 형량은 지난달 판결에서 보듯 훨씬 낮은 수위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들이 힘들게 일군 ‘세계 최초·세계 최고’ 타이틀이 하나둘씩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 법원 인식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회는 기술을 빼돌려서 얻는 이익이 처벌보다 크다는 인식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도 지켜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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