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품평’은 로봇에게 맡기는 시대

입력 2025-03-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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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생각 없는 동물을 기계라고 보았지만 의사 라메트리는 인간 뇌도 동물과 다르지 않다며 인간도 기계라고 주장했다. 인류는 최근까지 물질에서 이성이 나타나는 수수께끼를 풀 수 없어 정신은 신의 선물로 여겼다. 인공지능이 출현하자 수수께끼는 풀렸고 이제 언어, 행동으로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만간 나올 듯하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고 우리나라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를 인수하지만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선두는 앞만 바라보며 소리 없이 진전하지만 후발은 선두와 기술 둘을 따라잡으려 시끄럽다. 따라서 첨단 기술에서 제안과 품평이 많은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 제안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많다. 이는 마치 하수 인간이 고수 인공지능 바둑에게 훈수를 두는 격이다. 인간은 자기 의견을 내기보다는 인공지능에 ‘여쭤야’ 한다. 인공지능이 한 수를 짚어주면 이해되지 않더라도 깊은 뜻이려니 여기고 고맙게 수용해야 한다.

학습된 휴머노이드 로봇 곧 나올 듯

품평마저 빼앗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솔직히 없지만 굳이 찾자면 설계와 제작이다. 설계는 개인의 상상력이니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도 적다. 설계의 핵심은 요건 분석, 공학 원리를 적절히 구사하는 역량이다.

제품의 설계는 사용 시나리오 파악에서 시작된다. 사용자는 표준화된 머리, 몸통, 팔, 다리로 각각 구매하여 너트로 체결하고 그 사이에 전력선과 제어선을 각각 연결한다. 복부에는 성능 좋은 배터리가 있어 스위치를 넣는 순간 부팅이 되면서 작동한다.

직립보행은 너무 평범하지만 제어 측면에서 생각거리가 많다. 시골 청년이 한단에 올라가 한단의 걸음걸이를 배우려다 자기의 걸음도 잊어버렸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뇌가 전진 의도 대신 오른발 왼발을 의식하면 발이 꼬인다. 두발 교차는 뇌보다 척추 역할이다. 마치 경영층 지시에 중간 관리자가 책임지고 이행하듯이 말이다. 인간 신경계는 위계적으로 구축되어 권한을 위임한다. 전문용어로 분산제어라고 한다.

인간은 360개 관절과 연결된 640개 정도 골격근을 지니고 있다. 현위치를 파악하려 감각 기관도 있다. 감각과 운동 신호는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필자도 발전소 신호를 받고 기기를 제어했지만 신체만큼 많은 신호를 처리한 적이 없다. 중앙 집중적으로 처리하다가는 시간지연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 못한다. 인체나 공장이나 분산제어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세상의 모든 제품은 제어와 동력을 분리한다. 매달 가정에 날아오는 통신청구서와 전기청구서를 보면 안다. 신체도 에너지는 혈관을 통해 내려가지만 제어 신호는 신경을 통한다. 척추가 발 근육에 운동신호를 보내면 발은 혈관에서 에너지를 뽑아 작동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혈관대신 전력선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발 관절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받으면 두 뼈 사이의 골격근은 수축 혹은 신장된다. 근육이 골격 끝에 지렛대처럼 연결되어 적은 힘으로 골격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하기 어렵다. 2024년 취리히 공대는 생체모방 고분자에 전압을 인가하여 신축 기능을 모방했다고 했지만 생체 세포처럼 수축과 신장이 자유로운 신소재는 아직 없다.

아직은 인간이 ‘설계’에서 우위에 있어

대부분 휴머노이드 로봇은 골격근 대신 관절사이에 모터와 기어를 달아 움직인다. 모터에 회전 속도를 전환하는 시분초용 기어를 달아 빠르기를 조절한다. 문제는 모터의 힘이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려는 경우 모터 용량이 달린다.

미국이 기술유출을 막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낸다. 필자처럼 머리만으로 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 전달, 제어 해석, 내구성 분석 등의 공학 도구를 적용하면 제작 전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기술 훈수를 맡기고 설계와 제작 기술로 경쟁할 필요가 있다. 비평은 한 측면만으로 가능하지만 설계는 모든 측면을 감안하므로 아직은 인간이 우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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