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업 영위 기업 40%에 불과
외국은 여행·유통업 등 영위 가능

금융회사들이 규제로 인해 비금융업 사업을 충분히 영위하지 못하면서 금융업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고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영위 현황과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금융사의 88.1%는 ’해외 금융회사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비금융업 진출을 막는 국내 칸막이규제가 금융업 경쟁력에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금융사의 71.5%는 비금융업종도 함께 영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비금융업까지 영위하는 금융사는 39.5%에 불과했다.
회사들은 규제 개선을 위한 구체적 정책과제로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 확대’(55.2%)를 가장 많이 요구했다. ‘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비금융업종 범위 확대’(53.3%)와 ‘비금융사 출자 한도 완화’(41.9%), ‘혁신금융서비스 개선’(40.0%), ‘금융회사의 본질적 업무 위탁 허용’(31.4%)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금융사가 영위할 수 있는 부수 업무 범위를 제한적으로 열거한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은 정부에서도 발표한 적이 있으나, 논의가 중단되거나 추진동력을 잃은 상태다.
금융산업에서 실험적 사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국내 한 투자사 B사 임원은 “IT 관련 사업을 샌드박스 지정받은 다른 금융사와 향후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나, 샌드박스 기간 중간에 참여할 수는 없었고 2년이 지나도 관련 법 제도는 마련되지 않아 해당 산업이 도태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사들은 비금융업을 통해 다양한 경제·사회적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JP모건체이스의 자회사 체이스은행은 여행 플랫폼 ‘체이스 트래블(Chase Travel)’을 출시해 신용카드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며 2023년 미국 5위 여행사로 성장시켰다.
외국에서 비금융업 투자가 가능한 이유는 규제 개선 노력에 있다. 미국은 은산분리 원칙이 있으나 금융현대화법(1999)에 의해 은행지주회사 중 일정한 자본 적정성 등을 갖춘 금융지주사들은 금융업을 보완하는 비금융업무를 직접 영위할 수도 있다.
일본도 2016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제한을 완화했고, 부수 업무 범위를 계속 확대하면서 은행들이 지역 상사와 광고업, 인력소개업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는 비금융사 주식을 5%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고, 자회사 경영관리 등을 제외하고는 영리 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도 없다. 또 은행·보험사의 경우 비금융사에 대해서는 15% 출자제한을 두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금융권의 비금융업 영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어 금융산업 성장이 제한적이고 글로벌 금융회사 역시 없다”며 “그동안 제조업과 기술 개발 중심이었던 우리 경제는 앞으로 기술과 금융의 역할이 융합된 성장을 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