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는 10일(현지시간) 급락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기 둔화를 배제하지 않자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공포심리가 커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90.01포인트(2.08%) 떨어진 4만1911.71에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155.64포인트(2.70%) 하락한 5614.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27.90포인트(4.00%) 내린 1만7468.32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이날 급락세로 지난달 기록했던 고점 대비 8.7% 밀려나 조정 구간(전고점 대비 10% 하락)에 근접하게 됐고, 나스닥지수는 14%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이날 나스닥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급락했던 2022년 9월 13일(-5.13%)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이날 오후 한때 낙폭이 5%대 육박하는 장면도 있었다. S&P500지수는 2024년 12월 18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의 공포심리를 자극한 것은 전날 방송된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를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정한 ‘과도기적 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은 경기침체를 불사하고도 고율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면서 시장의 공포 심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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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7일 CNBC에 출현해 “시장과 경제는 정부 지출에 중독됐다”라면서 “디톡스(해독)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른바 ‘트럼프 세션’(트럼프발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했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관세 충격을 고려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낮췄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우리는 인위적인 조정의 고통 속에 있다”면서 “인위적인 조정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새로운 행정부의 관세 프로그램, 또는 최소한 관세 위협에 대한 대응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것에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공포심리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9.22% 급등한 27.86으로 상승해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M7)’도 모두 가파른 하락세를 연출했다. 특히 테슬라는 이날 15% 넘게 급락해 2020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애플과 엔비디아, 메타플랫폼스, 알파벳도 5% 안팎으로 떨어졌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도 3%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10일(현지시간)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원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01달러(1.51%) 떨어진 배럴당 66.03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1.08달러(1.53%) 내린 배럴당 69.28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WTI와 브렌트유 모두 3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현재 시장은 불안정한 상태”라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수출을 막으려고 하고 있어 유가 하락 폭에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PVM의 타마스 바르가 분석가는 “미국이 이란과 러시아에 대해 제재할 경우 단기적으로 유가는 하방 지지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큰 그림을 보면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서 유가 랠리는 잠시 멈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증시는 10일(현지시간)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로 일제히 아래를 향했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15포인트(1.29%) 내린 546.20에 마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까지 10주 연속 상승했으나 이날 약 한 달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30지수는 387.99포인트(1.69%) 하락한 2만2620.95에,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는 79.66포인트(0.92%) 떨어진 8600.22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40지수는 73.20포인트(0.90%) 하락한 8047.60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자 전 세계 투자자들이 기술 주식을 팔아치운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스톡스 기술업종지수는 3.12% 떨어졌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트럼프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채 “과도기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큰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이날 4% 급락,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모드로 전환됐다.
유럽 은행업종과, 방산을 포함한 산업업종지수도 각각 2.7%, 2.1% 떨어졌다. 대부분이 약세를 나타냈지만 유틸리티와 자동차ㆍ부품지수는 각각 1.23%, 1.22% 상승했다.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독일 양대 정당의 천문학적 인프라·국방 투자 계획이 녹색당 등 다른 정당들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경기부양 기대감을 위축시켰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이 4일 합의해 추진하기로 발표한 5000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예산은 기본법에 별도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양당은 이달 말 이번 연방의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녹색당 협조를 받아 기본법을 개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녹색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노보노디스크는 차기 비만 치료제 물질 후보로 개발하고 있는 카그리세마(CagriSema)가 2차 후기 임상 시험에서 예상보다 효과가 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8.1% 하락했다.
국제 금값이 10일(현지시간)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4.70달러(0.50%) 내린 온스당 2899.40달러에 마감했다. 6거래일 만에 온스당 2800달러대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이 무역 마찰을 심화시키고,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미국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투자자들은 현금 등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 선물을 매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무역전쟁과 경제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은 모두 안전자산인 금값에 우호적임에 따라 재차 최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하락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11일 오전 9시 1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2.90% 하락한 7만9004.8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7.59% 폭락한 1883.1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6.31% 빠진 2.04달러로, 솔라나는 6.63% 내린 119.11달러로 각각 거래됐다.
미 달러 가치는 1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과 동일했다. 안전자산인 엔화에 비해서는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전 거래일과 같은 103.84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3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거나 동일한 수준을 이어갔다.
엔ㆍ달러 환율은 0.86% 떨어진 146.74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6.63엔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과 월가의 지속적인 매도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엔화 대비 달러의 가치는 떨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미 달러화는 유로,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 등에 비해서는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투자자들이 최근 이들 통화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고 이익실현을 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