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형법 서적으로 1389년에 간행된 희귀본
도난 문화재로 밝혀져 9년 만에 보물 지정 취소

2016년에 보물로 지정된 '대명률'(大明律)이 그 지위를 잃게 됐다. 도난 문화재임이 밝혀져 법적 하자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미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이 지정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국가유산청은 중국 명나라의 형법 서적이자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된 대명률에 대한 보물 지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2016년에 보물로 지정된 후 9년 만이다.
1389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명률은 2016년 7월 보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4개월 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도난 문화재임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대명률은 1998년 경북 경주의 육신당에서 도난됐다. 2012년 한 사립 박물관장 A 씨가 장물업자로부터 대명률을 1500만 원에 사들였다.
이후 A 씨는 '선친에게 물려받았다'며 허위로 신고하고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도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채 보물로 지정된 것이다. 2022년 4월, A 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대명률은 중국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이 1389년에 반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30권으로 구성됐으며 범죄와 형벌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조선시대 통치의 기준이 된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 제정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A 씨의 실형 확정 후 3년이 지나고서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관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처음 취소하는 사례이기 때문에 법률 검토, 전적 전문가들 검토 등 행정 행위를 하기 위한 검토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또 2011년부터 국가유산청 누리집에는 대명률의 도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었다. 지정 조사 당시 도난 신고가 되어 있었음에도 보물 지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도난 신고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사진이 자세히 남아 있었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히 알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