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 10곳 중 7곳 '中企'…“상법 개정 시 해외 먹잇감” [뉴노멀 경영권 분쟁中]

입력 2025-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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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작년 59개사 경영권 분쟁으로 어려움
"상법 개정안 통과 시 경영 집중 어려워"

고려아연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 간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이 어느새 6개월째에 이르렀다. 갈수록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는 사태는 서로 치고받는 소송전의 판결에 따라 장기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영권 및 주주 간 분쟁은 재계의 ‘뉴 노멀’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일비재해졌다. 경영권 분쟁은 승자에 관계없이 기업 자체에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분쟁에 몰입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낭비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놓치는 사례도 생겨났다. 문제는 향후 이같은 다툼이 더욱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추진한 상법개정안과 3월 재계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집중투표제 영향이다.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타깃이 되거나 소액주주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한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과거에 발생한 경영권 분쟁 사례를 통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해법을 짚어본다.

경영권 분쟁은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더 많이 일어나고, 대응에 훨씬 취약하다. 지분 구조가 단순하고, 방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다. 특히 이사충실의무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경영권 유지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 가운데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에 이어 중견기업 22개사(25.3%), 대기업 6개사(6.9%) 순으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경영권 분쟁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구조가 단순해 개입이 더 쉽다는 평가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자금도 부족하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2.7%로, 대기업(29.9%), 중견기업(34.5%) 등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경우 지난해 창업자 김군호 전 대표와 최대주주인 화천그룹 간 경영권 다툼을 겪은 가운데 30%대의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던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의 운영방식에 반발해 이사회 구성 변경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결국 화천그룹이 방어에 성공해 경영권을 유지하게 됐다.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업체 오스템임플란트는 과거 자금 관리 직원의 2215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 이후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 펀드(KCGI)가 지분을 크게 늘려가면서 경영권 공격을 시도했다. 당시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최규옥 회장은 사모펀드를 활용 경영권을 이전해 대응하고자 했지만, 결국 자진 상장 폐지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년간(2012~2023년) 국내 상장사 2407곳 가운데 자사주를 제외한 최대주주 우호 지분율이 늘어난 기업은 886개사에 그쳤지만 줄어든 기업은 1388개사에 달했다.

주주관여의 주체도 과거 연기금·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에서 소액주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사충실의무, 주주 권리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중소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적대적 인수 등에 대응하기 위해 포이즌 필 등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여러 안전장치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작정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가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사모펀드 등 특정 세력 등장 시 경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는 유예기간을 적용해 적절한 방어 수단을 마련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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