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한 달 만에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아파트값에 불이 붙었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토허제 해제 후 1%가량 뛰었고, 잠실 일대 국민 평형(전용면적 84㎡형)은 30억 원의 벽을 뚫었다. 반면 강남 이외 지역에선 상승은 고사하고 집값 내림세가 지속하는 등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11일 KB부동산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13일 서울시 토허제 해제 이후부터 이날까지 3주(2월 17일~3월 3일 기준)간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상위 지역은 송파구와 강남구, 서초구 순으로 집계됐다.
송파구는 이 기간 누적 1.287% 올라 1%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구는 0.923%, 서초구는 0.911%로 뒤를 이어 1%에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최근 3주 기준 서울 전체 누적 상승률은 0.301% 수준이었다. 강남 3구만 떼놓고 보면 서울 평균 상승률의 3~4배 수준의 집값 상승이 발생한 것이다. 강남 11개 자치구 전체 상승률 역시 강남 3구의 상승세에 힘입어 0.489%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면 강북 14개 자치구는 0.094% 상승에 그쳤다. 용산구(0.533%)와 성동구(0.422%), 마포구(0.200%) 등 강북 핵심지역에서 반등세가 포착됐지만 강남 3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 외 노원구(-0.024%)와 도봉구(-0.031%), 강북구(-0.035%), 중랑구(-0.012%)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여전히 내림세가 이어졌다. 은평구는 최근 3주 동안 0.109%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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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지난달 서울시의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 외 지역은 내림세를 면치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토허제 해제 직접 수혜지로 분류되는 잠실 일대 아파트값은 전용 84㎡형 기준으로 실거래가 ‘3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 엘스 전용 84㎡형은 지난달 26일 30억 원에 팔렸다. 지난달 14일 28억8000만 원 거래에 이어 토허제 해제 이후 30억 원을 넘긴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매도 호가는 최고 33억 원에 형성됐다. 다른 매물도 신고가인 30억 원 수준에 등록돼 추가 신고가 경신은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이렇듯 토허제 해제가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에 불을 붙이면서 서울 내 아파트값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이날 KB부동산 ‘아파트 5분위 배율’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6배로 집계됐다. 지난달 5분위 아파트값은 평균 27억5169만 원으로 전월 대비 올랐지만, 1분위 아파트값은 4억8998만 원으로 1월보다 내렸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 3구 고가 단지 중심으로 계속되는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12월 5.6배를 기록한 뒤 3달 연속 제자리걸음 중인 5분위 배율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토허제로 시작된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토허제 해제’ 한 가지 영향은 아니지만 상승의 촉매제를 한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고 서울은 내년부터 입주 물량도 부족하다. 거시적으로는 경기 침체에 저성장이 이어져 장기 침체로 이어지면 ‘똘똘한 한 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불안 심리까지 겹쳐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이어서 “정부가 이런 상승세를 잡기 위해 내놓을 대책도 마땅찮다”며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세제 조정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집중하고 있어 서울 아파트값 양극화는 고착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3~4년 동안 연초에 잠실 등 강남 지역 아파트값이 오른 뒤 다른 지역 아파트값이 오르는 경향이 지속했는데 시기상 토허제 해제가 (연초에) 시행됐다”며 “집값 과열 시 서울시가 해제 지역을 토허제로 다시 묶는다고 하는데 지금 그럴 상황은 아니다. 섣부르게 규제를 추가로 시행해 집값을 잡기보다는 시장 스스로 안정화를 찾을 수 있도록 놔둬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