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해외 기업과 공급 계약…원료 수급 안전성↑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 셀비온‧퓨쳐켐, 원료 생산시설 구축

방사성의약품(RPT)이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K바이오가 RPT 원료인 방사성동위원소 수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RPT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이 없어 주로 수입한다. RPT 개발의 핵심이 원료인 만큼 기업들은 방사성동위원소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1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RPT 시장 규모는 2033년 136억7000만 달러(약 19조99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RPT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리간드와 암세포를 사멸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이를 결합하는 링커로 구성돼 있다.
RPT는 주로 진단용으로 쓰였지만,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 상업화 후 글로벌 빅파마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며 성장하고 있다. RPT 개발 기업이 증가한 만큼 방사성동위원소 수급도 중요해졌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진단용(감마선)과 치료용(알파‧베타선)으로 나뉜다. 이중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악티늄-225(Ac-225)와 루테튬-177(Lu-177)이다. 플루빅토가 Lu-177를 사용한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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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RPT를 개발 중인 기업은 해외에서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입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아 확실한 공급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은 향후 원료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 리스크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으며 원료 수급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벨기에 판테라와 Ac-225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8월에는 미국 테라파워의 자회사인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와 국내 최초로 Ac-225 공급 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팜이 주력하고 있는 Ac-255는 Lu-177과 달리 생산 규모의 한계로 공급량이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SK바이오팜은 선제적으로 Ac-255를 확보해 향후 신약 개발에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마련, 공급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게 됐다.
국산 1호 방사성의약품 허가에 도전하는 셀비온은 미국, 독일, 이스라엘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공수한다. 셀비온은 Lu-177 기반인 전립선암 치료제 ‘Lu-177-DGUL’을 개발 중이다. 올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고 내년 출시가 목표다.
셀비온은 상업화에 대비해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공급 시스템 구축할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부터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 등급의 방사성의약품 생산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Lu-177 기반 전립선암 치료제 ‘FC705’를 개발 중인 퓨쳐켐도 해외에서 원료를 수급하고 있다. 퓨쳐켐 관계자는 “국내에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 기술이 없어 해외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이 구축되면 자체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퓨쳐켐은 2020년 120억 원을 투자해 부산광역시 기장군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 원료의약품 및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해외 방사성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위한 공장을 준공했다. 2023년에는 GMP 인증을 획득했다.
정부도 성장하는 방사성의약품 시장 선점을 위해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핵심 원료 동위원소 완전 자급 △방사성의약품 국제 신약 후보 도출 △방사선-생명공학 수요공급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을 목표로, 4대 추진 전략과 9대 세부 과제가 골자인 ‘방사선-생명공학(바이오) 성과 창출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수입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원자로에서 바로 생산한 것이 아닌 정제된 동위원소다. 정부는 원자로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용 원자로를 구축 중이다. 해당 시설이 가동되면 국내에서도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다.
방사성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료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방사성동위원소가 국산화되면 외화 유출을 막고 수출할 수 있다. 국내 방사성의약품 기업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