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개선해 연구개발(R&D) 직군 주 52시간 근무 족쇄를 풀 계획이다. 더불어 민주당 반대로 '반도체 특별법' 내 R&D 직군 주 52시간 예외조항 신설이 어려워지자 차선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11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논의한 특별연장근로는 노동부 장관의 인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 하나하나 자체가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주 64시간이라는 근로 시간 역시 수학적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언제나 제한을 받고 있다는 인식은 없앨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R&D 직군의 경우 생산 직군처럼 주어진 매뉴얼대로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다”라며 “시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근로 감독만 잘 이행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성남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고용부 인가를 전제로 주간 근로시간을 52시간에 12시간을 더한 64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이재명 대표도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불필요한 근거로 특별연장근로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해당 제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는 2021년 기준 총 6477건의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으나, R&D 분야는 14건에 그쳤다. 왜 꼭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증명을 서류로 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은 탓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서둘러 관련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 신청 요건에 반도체 업계 연구직을 명시하거나, 사전 신고 원칙을 사후 신고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인가 사유에도 R&D는 들어 있으나 그 분야는 소재·부품·장비로 제한돼 있다.
경총 관계자는 "반도체 특별법에 근로시간 특례가 포함돼야 하나 지난 국정협의체에서 합의가 불발된 것이 아쉽다"며 "우선은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제도라도 조속히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의 개선이 이뤄져 산업현장의 어려움이 일부 해소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반도체 특별법 내 연구개발직군에 대한 주52시간 적용 예외 조항도 보다 긍정적인 검토가 이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