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와
대형마트 산업 위기 더 심화할듯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되면서 유통업계가 변곡점에 놓였다. 홈플러스가 쓰러질 경우 대형마트업계는 이마트·롯데마트 2강 체제로 전환되는 동시에 마트 산업 전반이 위축될 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만큼 결국 이커머스 강자 쿠팡이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3일부터 신규 세일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창립 28주년 기념 할인전인 홈플런 이즈 백(is BACK) 행사 열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는 게 홈플러스의 주장이다.
반면 업계는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현금 확보 총력전 성격이 더 짙다고 본다. 홈플러스의 월 매출은 창립 기념 세일을 하는 3월과 휴가철 7월, 연말 12월에 가장 높은데, 이때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납품업체에 대금 지급할 여력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에 순차적으로 대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일시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3457억 원 규모 상거래 채권 중 현재까지 약 3분의 1 수준인 1000억 원 이상이 지급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4일 이후 거래 대금은 정상 지급되고 있다”며 “14일까지 상세 지급계획을 수립, 각 협력사에 전달해 불안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을 순차 지급하고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홈플러스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입급 등 열악한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미봉책에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사태로 대형마트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문을 닫게 될 경우 이마트, 롯데마트 2강 체제로 전환돼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동시에 시장 규모 등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미 유통업계 주도권이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만큼 홈플러스 사태가 트리거(Trigger)로 작용해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 채널 전체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179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절반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홈플러스의 몰락으로 인해 당장은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연매출 40조 원을 달성한 쿠팡이 온라인 시장에서의 강력한 입지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몰락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미 '유통 공룡'이 된 쿠팡이 오프라인까지 확장, 국내 유통채널 전체의 파이를 더 잠식하는 대형 공룡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폐점할 경우 대형마트 쇼핑 수요가 이마트 70%, 롯데마트 30%로 배분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면서 “오히려 대형마트 쇼핑 수요가 쿠팡 등 이커머스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