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뿌리ㆍ첨단산업 뒤흔드는 車 위기

입력 2025-03-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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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조지아주의 새로운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홍보하는 보도자료에 등장한 문구다. 백악관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장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를 우선하고 미국 경쟁력을 향상하겠다는 약속의 직접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폭격이 거세지고 있다. 그의 입에서 시작된 공세는 백악관의 정책 홍보수단으로 활용돼 국내 기업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 타깃으로 거론한 자동차 산업은 국내 주력 수출 업종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남다르다.

먼저 부품사가 입을 상처가 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2023년 기준 1만5239개사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완성차에서 1차협력사→2차협력사→3차협력사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산업 종사자 수는 2023년 기준 약 28만3000명에 달한다.

자동차 산업의 충격은 다른 산업의 근간도 뒤흔들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주조, 금형, 열처리, 용접 등 뿌리산업부터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강, 각종 조립 기술, 반도체와 전자제어 장치 산업까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주조와 금형 같은 뿌리산업은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신규 인력 유입이 부진한 상황이다. 일감 마저 줄어들게 되면 뿌리산업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 수십 년째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외쳐온 국내 철강산업 역시 위축될 것이 뻔하다. 완성차에 들어가는 철강 물량 감소와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투자비용 확대로 철강사들이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철강·알루미늄이 쓰인 자동차 부품도 (트럼프 관세부과 대상인) 파생상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자랑해 온 각종 첨단 자동차 부품산업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약 3만 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하다. 이는 가장 작은 나사와 볼트부터 엔진 블록까지 모든 부품을 포함한 수치다. 각종 전자장치가 추가되면서 부품수는 훨씬 많고 복잡해졌다. 당장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로 일부 대중국 중간재 수출기업이나 중국에서 부품·소재 등을 공급받는 대미 투자 기업의 영향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수입에서 46.9%를 차지하는 기계·전자류 제품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형종 시인의 시 ‘방문객’에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한 국가가 자동차 산업을 영위한다는 것 역시 실은 어마어마한 일인지 모른다. 뿌리산업부터 첨단산업까지 산업의 총체적 결정체를 영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국가 산업의 고도화를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는 자동차다. 전세계에서 완성차 산업을 영위하는 국가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소수 국가뿐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제조업 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생산 기반 약화는 국가 제조업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순위는 글로벌 5~6위에서 7위로 밀렸다. 자동차 산업에 경고등이 켜진 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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